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융릉 =이덕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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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profile_image 崇烏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0건 조회 341회 작성일 24-07-23 17:44

본문

융릉

=이덕규

 

 

외가 가는 길에 재실이 있었지

왕릉엔 돌장군 돌정승이 서 있었지

어느 손() 귀한 무엄한 손이

돌장군의 코를 베어갔지 서러운

찔레꽃과 뻐꾸기 울음이 봄날의

아지랑이 능선에 자욱하게 바쳐졌지

매끈한 댕기풀 언덕에서

새끼 밴 어미소 울음 같은

게으른 햇살이 종일토록 흘러내렸지

이백 년을 걸어서

힘겹게 당도한 늙은 소나무들이

머리를 조아리고 있었지

재실 너머에 거지들도 모여 살았지

그중엔 왕도 있고 신하도 있었지

아이들이 가례 곡()을 배우다 말고

해맑게 웃는 소리도 들렸지

 

 

   문학동네시인선 189 이덕규 시집 오직 사람 아닌 것 034p

 

 

   얼띤感想文

    우리의 시골 풍경을 보는 듯하다. 어느 동네든 재실은 있었다. 거기서 뛰어놀던 시절이 지나간다. 봄이면 진달래 따 먹던 기억도 나고 하여튼, 시에서 본 시어 하나가 옛 생각이 지나간다. 여기서 융릉이라고 하면 조선 시대의 장조와 그의 비 헌경 왕후의 능이다. 거기에 나는 아직 가보지도 않았다. 사실, 조선왕조 오백 년 역대 왕들의 묘소 중 그 어느 곳도 가보지 못했다. 먹고 사는 일이 뭔지, 여유 없이 산 것 같다. 시는 그 융릉과 융릉을 끼고 있는 어떤 정황을 묘사한다. 물론 소싯적 생각도 있겠지만 시니까 시 객체를 위한 한 편 글쓰기에 가깝다. 그러니까 융릉이라고 하면 융성隆盛하다고 할 때 그 융처럼 릉언덕 하나가 보이는 것이다. 외가는 바깥을 상징하고 재실은 재실齋室이 아니라 재실在室에 가깝다. 그러니까 안에 품은 마음을 상징한다. 왕릉엔 돌장군과 돌정승이 서 있었다. 돌이라 하면 딱딱하고 굳은 변함없이 깨뜨릴 수 없는 시 고체와 견고성 불변성을 논한다. 손은 손으로 얘기해놓고 있지만, 손 수로 확장해서 생각해 볼 여지가 있고 시() 한 수 시어() 하나 꿔 간 것에 대해서 찔레꽃처럼 아픈 기억을 뻐꾸기와 같은 탁란의 소행은 늘 있는 일이라서 봄은 또 그렇게 오고 간다. 그러나 그것만 있는 것도 아니겠다. 새끼 밴 어미 소 같은 힘겹게 당도한 늙은 소나무도 있다는 것에 대해서 머리를 조아리기도 한다. 자와 소를 연상케 한다. 한 마디로 따뜻한 하소연이다. 그러나 그것뿐일까 마음이 빈약한 이도 있을 것이고 그중에서는 좀 나은 것도 있고 모자란 것도 있으려니 아이는 역시 천진난만하고 해맑은 웃음도 있는 게 세상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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