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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게/김성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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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profile_image 金富會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0건 조회 684회 작성일 23-07-27 15:53

본문

(김부회의 시가 있는 아침 – 김포신문230728)


게/김성신


파도가 울수록 가시를 세웠다
그렇게 살았다, 그래야만 살 수 있었다

칼끝이 내 속을 깊숙이 찔렀을 때
나의 바다도 도려지고 있었다
몸을 움츠리고 돌아누운 밤이면
집을 잃은 소라게들이 절룩거렸고,

포말을 검은 가시로 채운 나는
결가부좌 한 단단한 산호처럼
인과 연을 뾰족하게 세우기 시작했다

물속에 가라앉던 날들을 생각한다
모래와 비바람으로 젖은 입을 틀어막고
헛된 것이라 믿었던 것들이
그 무엇도 헛되지 않음을 비로소 알았을 때
가슴부터 발바닥까지 질펀한 갯내가 뿜어졌다

노란 알들이 오래전 당신의 얼굴 같다
그것은 비릿하고 또한 담백하다
뼈 없이 금 간 여름날들이 천천히 오므라질 때
비로소, 번민임을 알겠다

견딜 수 있느냐, 는 선문답에
입속에 박힌 혀를 내밀며
나는 비로소 고개를 끄덕였다

밤이면 해풍을 타고 온 붓다가
우니~ 우니~ 하고 불어온다


(시감상)


밤송이처럼 생겼다는 뜻에서 율구합, 승률구 등으로 불리기도 하는 성게. 표피에 가시가 돋아있다는 말은 내면이 부드럽다는 것과 같은 말일지도 모른다. 공격하기 위한 가시가 아닌, 방어하기 위한 가시, 우리가 때론 날카로워지는 것은 상대를 찌르기 위한 것이 아니라, 자신의 연약함을 감추기 위한 것인지도 모른다. 예민하고 날카로운 상대를 잘 대하는 방법은 한없이 부드럽게 감싸 안고 다독거리는 것이 인생이다. 가시 돋친 상대의 가시만 보지 말고 그 안에서 들려오는 이야기에 귀 기울여보자. 가시는 표피일 뿐이다. (글/ 김부회 시인, 평론가)


(김성신 프로필)

전남 장흥, 불교신문 신춘문예, 문학박사, 2023 아르코 문학나눔 도서 선정, 한국 해양문학상 수상, 시집(동그랗게 날아야 빠져나갈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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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성신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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