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이 지천일 때/ 최명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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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부회의 시가 있는 아침 250927』
가을이 지천일 때/ 최명선
처서 지난 새벽
귀뚜라미 울음에 잠이 깼다
내리 수년째
받아 줄 곳이 여기뿐일까 하다가
십자가 꼭대기는 오르기가 가파르고
절 마당은 고요가 짐이 되겠구나
닿을 수 없어 막막한 배후처럼
너무 넓어 머물 곳 없거든
밤에 기대 울든지 내게 기대 울든지
마음 놓고 울어라
일어나 가만히 창을 닫는다
최명선 시집 (우리가 빈 곳이라 부르는 곳 87쪽)
김포신문 2025.09.27. 기고
(시감상)
요원할 것 같은 가을이 성큼. 며칠 후면 추석. 갈 사람은 가고 남을 사람은 남은 골목, 아파트의 방 한 귀퉁이가 떠오른다. 시인의 말처럼 십자가는 가파르고, 절의 고요는 부담스럽고 그저 혼자 있는 것이 내가 나를 위로하는 방법일 지도 모른다. 가을은 지천이지만 고립도 지천이다. 단풍놀이 한 번 못 가는 사람을 위해 햇살이 저리 반짝이는지 모를. 나를 닮은 귀뚜라미처럼 마음 놓고 한번 울어보고 싶다. 밤이 기대든지, 내가 내게 기대든지. 가을은 참 마술 같은 프리즘을 갖고 있다. 어떤 색이 나올지 모를. 시인의 시 한 편에 울적해지는 것은 시인이라 그런 것인지 사람이라 그런 것인지. (글/ 김부회 시인, 평론가)
(최명선 프로필)
방통대 국문과, 문학세계등단, 시집(환승의 이중 구조) (우리가 빈 곳이라 부르는 곳) 외 다수

최명선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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