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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개하고 싶은 시에 간단한 감상평이나 느낌을 함께 올리는 코너입니다 (작품명/시인)

가급적 문예지에 발표된 등단작가의 위주로 올려주시기 바랍니다(자작시는 삼가바람) 

12편 이내 올려주시고, 특정인을 홍보하기 위한 수단으로 이용하는 것을 

남아 있는 것들 =진은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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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profile_image 崇烏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0건 조회 657회 작성일 23-04-06 22:53

본문

남아 있는 것들

=진은영

 

 

    나에게는 끄적거린 시들이 남아 있고 그것들은 따뜻하고 축축하고 별 볼 일 없을 테지만 내게는 반쯤 녹아버린 주석주전자가 남아 있고 술을 담을 순 없지만 그걸 바라보는 내 퀭한 눈이 있고 그 속에 네가 있고 회색 담벼락에 머리를 짓이긴 붉은 페인트 붓처럼 희끗해진 머리카락을 헝클어놓은 네가 있고, 젖은 바지들의 돛, 아침의 기슭엔 면도한 얼굴로 말끔하게 희망이, 오후가 되면 거뭇거뭇 올라오는 수염 같은 절망이 남아 있고 또다시 아침, 부서질 마음의 선박과 원자로들이, 잘 묶인 매듭처럼 반드시 풀리는 나의 죽음이 남아 있고

 

   얼띤感想文

    살아 있으면 식물이며 잔여물이겠다. 무엇을 심는 일의 무한 반복과 완전히 제거되지 않고 소비되지 않는 물질은 잔여물殘餘物이다. 별 볼 일 없는 식물과 잔여물에 주석을 한다는 일은 하루 일거리다. 술 잘 섞지는 못하나 술이부작述而不作일 것이며 술자지능者之能이겠다. 다만 이웃집 담벼락에 핀 장미를 보며 즐거운 것도 없지만 즐거워하는 일 어쩌다 우리 집 담에도 풀 한 포기 오르면 가무담석家無擔石은 면하겠다. 이로 저 아랫도리에 푹 적셔놓는 길 도처춘풍到處春風이며 누가 들춰보지 않아도 거뭇거뭇 핀 수염瘦鹽은 다 죽었으니 절망은 가라 절망은 가고 또다시 내일이면 이웃집 담에 핀 장미에 피식避式 함 웃어보고 그 웃음 잘 묶어 피갈회옥被褐懷玉 하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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