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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개하고 싶은 시에 간단한 감상평이나 느낌을 함께 올리는 코너입니다 (작품명/시인)

가급적 문예지에 발표된 등단작가의 위주로 올려주시기 바랍니다(자작시는 삼가바람) 

12편 이내 올려주시고, 특정인을 홍보하기 위한 수단으로 이용하는 것을 

파수/김이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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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profile_image 콩트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0건 조회 603회 작성일 23-01-30 21:05

본문

파수/김이듬

 

 

 

 윗입술 아랫입술

 아귀가 맞는 네 말

 뭐 하러 다시 돌아왔니

 

 우리는 불판 앞에서 소주를 마신다

 끝끝내 벌어지지 않는 조개를 불판 위에서 젓가락으로 집어 올려

 억지로 벌릴 때

 난 이미 죽었음을 과묵하게 받아들여야 했다

 

 어둠이 오면 밝아지는 너

 주변이 잠잠해지는 순간에 깨어나는 너

 시련이나 고통을 환대하는 너

 너는 평범하다

 

 번복 없이 꽃잎들은 피고

 다툼 없이 나뭇잎이 제 자리에서 자라는 신비로 말미암아

 우리의 엄살과 내숭은 아귀가 맞다

 

 나보다 더 아프고 병든 사람이 다가오지 못하게 의자를 지킨다

  희소성이 중요하다 떠난 이나 죽은 이는 돌아오지 못하게 가능한 빨리 묻거나

태워야 한다

 이제 자신보다 무능력한 사람들만 들어오게끔

 이 구역의 출입을 통제한다 

 

 떠났다 돌아오면 뭔가 달라져 있을 줄 알았어

 근데 뭐 하러 돌아왔어

 모든 기억과 모든 추억은 실수로 귀결된다

 

 늙고 병든 이민자들이 돌아오지 못하는 게 아니다

 돌아오지 않는 거다

 

 죽은 이들도 돌아올 수 있지만 안 오는 거다

 쓸데없고 주체할 수도 없는 능력 때문에

 겸연쩍고 무안하고 폐가 될까봐 네 방을 노크할 수 없는 거다

 추방이라고 말하긴 뭐하지만

 환송파티에 마지막 의례까지 마친 마당에

 

  

** 김이듬 시인

2001년 <포에지> 등단

시집<별 모양의 얼룩> <명랑하라 팜 파탈>

<말할 수 없는 애인> <베를린, 달렘의 노래>



<감상>

 퇴근길, 현관을 들어서자 앞서가는 여인이 인기척에 뒤돌아 힐끗 나를 보더니 고개를 휙 돌린다 난데없이 그녀의 발목에 누가 족쇄를 채운 듯 발걸음이 위태롭게 질질 끌려가는 모습이다 나는 모르는 척 그녀를 앞질러 계단을 올라갔다 대문 앞에서 비밀번호를 누르는데 불쑥 <외면>이라는 낱말이 뇌리를 스친다 손끝으로 크로키 한 장 넘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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