밤의 밤에게 =안차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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밤의 밤에게
=안차애
낮이 번쩍번쩍 내걸리자 밤이 완성되었다 마그리트 풍이라고 해두자 파란 하늘이 새털구름에 골몰해서 골목 끝, 막다른 어둠이 익어간다 얇은 심장판막을 가진 사람처럼 경계와 통증이 서로의 목덜미를 겨눈다 튀는 구름과 뭉개지는 우듬지 사이에 협심증이 돋아나서 빛이 거리를 지운다 중력이 빽빽해진다 12시간쯤의 거리가 사라진 관계가 가장 위험하다 발작이 걸칠 배경을 잃어버린 밤의 밤 투명한 미스터리가 노크 소리와 발자국을 삼킨다 당신의 그림자는 어느 나라에서 돋아나지? 내 뒷모습은 어디로 망명을 가지? 어둠을 삼킨 당신과 빛을 증발시킨 내가 고요히 서로를 버틴다 중력을 뱉고 싶은 블랙홀이 모퉁이의 검정을 켜 들 때처럼
―웹진 《같이가는기분》 2022년 가을호
얼띤感想文
마그리트는 벨기에의 초현실주의 화가다. 그림이 독특하다. 상상력의 극치를 보여준다. 시에서 밤의 밤에게, 밤은 어둠을 상징한다. 밤이 표현한 것은 무엇일까? 표현하고자 한 내용은 어떻게 전달되었으며 그것을 받아들인 밤은 또 어떻게 받아들이며 어떤 내용으로 이해했을까? 결론적으로 말하자면, 아무것도 없다. 내용은 말이다. 오로지 검정의 세계에서 중력을 뱉고 싶었을 뿐이며 답답한 현실을 탈피하고자 어떤 골목을 휘돌아 빠져나오고 싶은 현대인의 중압감 탈피 같은 것이겠다.
낮이 번쩍번쩍 내걸리자 밤이 완성되었다. 낮은 붓처럼 오가는 현실이다. 무엇을 그리고자 하는 마음은 있었을까, 어떤 계획이거나 목표가 설정되었다면 말이다. 하나씩 밑그림을 그리고 어떻게 해나갈 거라는 구체적인 계획은 분명히 있어야 한다. 가령, 연중 최고치에서 연중 최하까지 떨어진 달의 이동에 관한 구체적인 관찰과 더불어 이행하는 매수와 매도 적기는 중요하겠다. 그렇게 해도 밤은 찾아오고 깜깜한 현실은 어둠뿐이지만, 마냥 계속되는 어둠만은 아니겠다. 순간의 빛은 그 중력을 딛고 튀어 오르니 투명한 미스터리의 궤적을 추적해 나가면 발자국은 드러날 것이며 망명 아닌 탈출과 무지갯빛 그리는 날은 꼭 올 것이다.
12시간쯤의 거리가 사라진 관계가 가장 위험하다. 12시간, 작은 바늘과 큰 바늘이 겹치는 시간이다. 자정과 정오 밤과 낮, 그 거리가 사라졌다는 말은 존재성을 인정받을 수 없는 것으로 가치가 제로라는 뜻이겠다. 한 번씩 찾아드는 당신에 대한 그리움은 당신을 이해하기 위한 노력보다는 나를 조금씩 드러낼 수 있는 존재성 그 중력을 뱉고 싶을 뿐이지만, 증발처럼 찾아오는 블랙홀은 매번 현실을 잠식시킬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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