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여름의 인생공부 / 최승자 > 내가 읽은 시

본문 바로가기
사이트 내 전체검색
시마을 Youtube Channel

내가 읽은 시

  • HOME
  • 문학가 산책
  • 내가 읽은 시

    (운영자 : 네오)

 

소개하고 싶은 시에 간단한 감상평이나 느낌을 함께 올리는 코너입니다 (작품명/시인)

가급적 문예지에 발표된 등단작가의 위주로 올려주시기 바랍니다(자작시는 삼가바람) 

12편 이내 올려주시고, 특정인을 홍보하기 위한 수단으로 이용하는 것을 

올 여름의 인생공부 / 최승자

페이지 정보

작성자 profile_image 콩트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0건 조회 992회 작성일 25-06-12 10:43

본문

올 여름의 인생공부 / 최승자



모두가 바캉스를 떠난 파리에서

나는 묘비처럼 외로웠다.

고양이 한 마리가 발이 푹푹 빠지는 나의

습한 낮잠 주위를 어슬렁거리다 사라졌다.

시간이 똑똑 수돗물 새는 소리로

내 잠 속에 떨어져 내렸다.

그러고서 흘러가지 않았다.

엘튼 존은 자신의 예술성이 한물갔음을 입증했고

돈 맥글린은 아예 뽕짝으로 나섰다.

송×식은 더욱 원숙해졌지만

자칫하면 서××처럼 될지도 몰랐고

그건 이제 썩을 일밖에 남지 않은 무르익은 참외라는 뜻일지도 몰랐다.

그러므로, 썩지 않으려면

다르게 기도하는 법을 배워야 했다.

다르게 사랑하는 법

감추는 법 건너뛰는 법 부정하는 법.

그러면서 모든 사물의 배후를

손가락으로 후벼 팔 것

절대로 달관하지 말 것

절대로 도통하지 말 것

언제나 아이처럼 울 것

아이처럼 배고파 울 것

그리고 가능한 한 아이처럼 웃을 것

한 아이와 재미있게 노는 다른 아이처럼 웃을 것.



(시감상)


인파가 들물처럼 밀려오는 미로 같은 시장통 좁은 길마다 오가는 눈알이 따개비처럼 붙었다. 나는 몸을 움츠리고 세파에 떠내려가지 않기 위해 무인도에서 영화 Cast Away의 톰 행크스처럼 윌슨에게 고래고래 고함을 질렀다. 어느 날, 팔자에도 없는 그렇게도 싫었던 호객 소리가 스스로 운명이라고 여겨질 때 위안은 홀로 아리랑이었고 또 다른 외로움으로 번졌다. 내가 잠그지 못한 수도꼭지에서 새나간 나의 피와 살들, 고여 문드러진 숱한 날들을 들여다보면 나는 썩을 일밖에 남지 않은 무르익은 참외에 불과했다. 온몸에 악취가 진동한다. 이젠 윌슨도 떠나버리고 살아남기 위해 스스로 환부를 긁어내야 할 시간, 기도하는 법을 배워야 한다. 다르게 사랑하는 법, 나는 지긋지긋한 이 무인도를 벗어나기 위해 오늘도 떼배을 잇는다. 푸르른 하늘 우러러보며 해맑게 웃는 아이들의 얼굴처럼 나는 세상과 조우하며 어깨동무할 수 있을까.



(시인프로필)


1952년 충청남도 연기에서 태어났다. 수도여고와 고려대학교 독문과를 졸업했으며, 계간 '문학과 지성'에 '이 시대의 사랑' 외 4편을 발표하면서 시인으로 등단했다. 최승자는 현대 시인으로는 드문 대중적인 인기를 얻어 박노해, 황지우, 이성복 등과 함께 시의 시대 80년대가 배출한 스타 시인으로 꼽히기도 한다. 2001년 이후 투병을 하면서 시작 활동을 한동안 중단했으며 2006년 이후로 요양하다 2010년, 등단 30주년 되는 해에 11년의 공백을 깨고 신작을 발표하였다. 저서로 시집 '이 시대의 사랑', '즐거운 일기', '기억의 집', '내 무덤 푸르고', '연인들' 등이 있고, 역서로 '굶기의 예술', '상징의 비밀', '자스민', '침묵의 세계', '죽음의 엘레지', '워터멜론 슈가에서', '혼자 산다는 것', '쓸쓸해서 머나먼' 외 다수가 있다.

댓글목록

등록된 댓글이 없습니다.

Total 5,011건 3 페이지
내가 읽은 시 목록
번호 제목 글쓴이 조회 날짜
4911 콩트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490 06-18
4910 金富會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437 06-15
열람중 콩트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993 06-12
4908 金富會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590 06-08
4907 湖巖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600 06-08
4906 콩트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597 06-05
4905 콩트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515 06-05
4904 湖巖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631 06-05
4903 金富會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514 06-01
4902 湖巖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565 06-01
4901 콩트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558 05-31
4900 콩트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630 05-30
4899 콩트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586 05-29
4898 湖巖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631 05-25
4897 金富會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498 05-24
4896 콩트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683 05-22
4895 湖巖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577 05-21
4894 콩트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468 05-20
4893 콩트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456 05-19
4892 콩트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522 05-18
4891 金富會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444 05-18
4890 湖巖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439 05-18
4889 콩트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556 05-16
4888 콩트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504 05-15
4887 湖巖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635 05-13
4886 金富會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581 05-10
4885 콩트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641 05-09
4884 湖巖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464 05-09
4883 湖巖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499 05-06
4882 湖巖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600 05-05
4881 金富會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439 05-03
4880 콩트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541 05-02
4879 콩트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490 05-02
4878 콩트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494 04-30
4877 콩트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549 04-30
4876 湖巖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409 04-30
4875 콩트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486 04-29
4874 金富會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568 04-27
4873 湖巖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524 04-27
4872 콩트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539 04-24
4871 湖巖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442 04-24
4870 湖巖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545 04-20
4869 콩트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527 04-18
4868 金富會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419 04-18
4867 湖巖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455 04-18
4866 湖巖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502 04-15
4865 湖巖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519 04-13
4864 崇烏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569 04-12
4863 金富會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474 04-10
4862 콩트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602 04-08
게시물 검색

 


  • 시와 그리움이 있는 마을
  • (07328) 서울시 영등포구 여의나루로 60 여의도우체국 사서함 645호
  • 관리자이메일 feelpoem@gmail.com
Copyright by FEELPOEM 2001.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