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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편 이내 올려주시고, 특정인을 홍보하기 위한 수단으로 이용하는 것을 

죽은 사람 =김상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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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profile_image 崇烏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0건 조회 334회 작성일 22-08-20 18:25

본문

죽은 사람

=김상혁

 

 

    하지만 내가 알았겠는가? 창밖에 흐르는 진눈깨비를 보기 위해 죽은 이에게도 창문이 필요하다는 것을. 그날 그가 창을 두드렸고 한 번쯤은 창밖에 떨어지는 눈이 아니라 창밖을 쳐다보는 두 눈이고 싶었다는 것을,

    하지만 1960년부터 열려 있었다. 동지와 크리스마스를 거치면서 점점 가늘어진 눈발이 1989년 봄날 아침 막 거리로 나선 젊은이들의 크게 벌린 웃음 속에 녹아 사라질 때까지도, 하지만 또 알았겠는가? 열린 문과 입 들이 오히려 죽은 이를 밖으로, 밖으로 밀어내고 그에게서 서성거릴 장소를 빼앗는다는 것을,

    그리하여 어느 날 우리가 창과 대문을 닫은 채 각자의 집에 남았을 때, 삶은 물론이고 죽음에 관해서도 더는 할 말이 남지 않았을 때, 죽은 이는 침묵하는 우리의 베란다에 기대어, 웃고 떠들며 지나가는 사람들을 영원히 흐르는 눈처럼 내려다본다.

    하지만 그리고 알았겠는가? 영원한 풍경 앞에서는 죽은 이의 시간도 턱없이 부족하다는 것을, 차가운 손목 위에서도 시간은 돌고 돌다가 결국은 어두운 틈새로 굴러가 사라져버린다는 것을, 그리고 영 찾을 수 없었다.

    하지만 그를 생각하며 또 누군가는 창을 닫고 침묵하는 것이다, 1960년부터 죽은 이와 함께, 또 누군가는 진눈깨비를 쳐다보는 시간이었던 것이다. 한 번쯤은 창밖을 쳐다보는 두 눈이 아니라 창밖에 떨어지는 눈이고 싶은 것이다.

 

    얼띤感想文

    검정 색 티 한 장에 리넨 천 조각으로 이룬 바지, 까만 양말에 까만 구두 그리고 검정 재킷은 이 안쪽을 들여다보았네 동지 같은 심장에서 눈발 빗발치는 가운데 끌며 가는 수레에 담은 문들의 행진을 말이야 수천수만 km, 그 길은 우리가 보는 또 작은 우주일 거네 피의 움직임, 간뇌를 거쳐 소뇌와 대뇌를 아우르고 빠져나오는 저 수레의 몸짓들 동지는 이미 뚫은 창을 통해 새로운 창을 만들고 새로운 길을 더 연결할 거네

    결국, 무한한 이 공간에서 얼음판 같은 오솔길이나 포장길이거나 그 길 양 끝에 가로수를 심고 가등을 놓을 걸세 정부의 세금 같은 것은 여기서는 필요 없을 것이네 오로지 영혼과 지성 더 나가 마음이겠지 그것으로 숨 쉬는 공간을 만드는 거네 누구나 여기 와서 즐길 수 있는 쉼터를 이루는 것이겠지

    하지만 이쪽 창에서 바라보는 너의 창까지는 아득한 안드로메다 성운보다 더 멀지 간혹 그 성운이거나 다른 쪽 별에서 떨어져 나온 유성이거나 스치는 기운 같은 것이겠지 그럴 땐 웃음 같은 것이거나 아예 무심코 지나는 입 같은 것이겠지 우리가 이해할 수 없는 죽음이 지나갔거나 그것과 비슷한 부재의 파편 같은 것으로 그러한 것이 있더라도 수레에 싣는 저 눈발의 수수의 씨를 마냥 버릴 순 없는 일이겠지 침묵과 무시, 좌시와 냉대, 멸시의 베란다에 기대어 앉아 웃고 떠드는 영혼을 눈처럼 흘려보내며 진눈깨비처럼 바라보는 것이 다겠지 저 영원한 풍경은 이 골목에서 끊임없는 어둠에다가 미지의 개척을 어떤 도덕적인 잣대도 없이 이어나가는 행진에 가장 어처구니없는 일을 하는 셈 아닌가!

    결국, 틈새 찢고 오르는 싹을 우리가 영 찾을 수 없을 것 같아도 또 누군가는 창을 닫아걸며 침묵하겠지 아주 거대한 창 말이야 눈에 박은 것들 그러나 그것을 잡았다고 얘기는 하지 말게 그것은 순간 다녀간 일이겠거니 하지만 주머니에 남은 땀이라든가 스친 눈 가운데 눈병의 그 흔적은 남아 있을 것이네 이것이 예술이라고 말하지는 말게나 웃긴 얘기에 불과하니까 한 번쯤 창밖을 바라보며 얘기하는 게 아니라 창밖에서 내밀어 주는 손을 느끼고 싶네 꽉 조이는 그 느낌 말이야 받고 싶네 이 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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