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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개하고 싶은 시에 간단한 감상평이나 느낌을 함께 올리는 코너입니다 (작품명/시인)

가급적 문예지에 발표된 등단작가의 위주로 올려주시기 바랍니다(자작시는 삼가바람) 

12편 이내 올려주시고, 특정인을 홍보하기 위한 수단으로 이용하는 것을 

그라베 / 김언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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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profile_image 崇烏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0건 조회 465회 작성일 22-08-11 11:35

본문

그라베

=김언희

 

 

    그 여자의 몸속에는 그 남자의 시신(屍身)이 매장되어 있었다 그 남자의 몸속에는 그 여자의 시신(屍身)이 매장되어 있었다 서로의 알몸을 더듬을 때마다 살가죽 아래 분주한 벌레들의 움직임을 손끝으로 느꼈다 그 여자의 숨결에서 그는 그의 시취(屍臭)를 맡았다 그 남자의 정액에서 그녀는 그녀의 시즙(屍汁)맛을 보았다 서로의 몸을 열고 들어가면 물이 줄줄 흐르는 자신의 성기가 물크레 기다리고 있었다 이건 시간(屍姦)이야 근친상간이라구 묵계 아래 그들은 서로를 파헤쳤다 손톱 발톱으로 구멍구멍 붉은 지렁이가 기어 나오는 각자의 유골을 수습하였다 파헤쳐진 곳을 얼기설기 흙으로 덮었다 그는 그의 파묘(破墓)자리를 떠도는 갈 데 없는 망령이 되었다 그녀는 그녀의 파묘(破墓)자리를 떠도는 음산한 귀곡성(鬼哭聲)이 되었다

 

    얼띤感想文

    시제 그라베는 영어로 표기하면 grave. 이탈리어는 장중하고 엄숙한 연주며 영어는 무덤이다. 엄숙이 음숙으로 들려온다. 시의 주체와 객체의 시의 인식에서 오는 작용을 멋지게 그려낸 수작이다. 물론 사실적인 면에서는 맞지 않는 문장이지만, 시의 맥락에서 보면 충분히 이해가 되는 장면의 연출이다. 에로틱한 표현과 남녀 간의 성적 행위, 약간의 폭력성 가령 손톱 발톱으로 구멍구멍 붉은 지렁이가 기어 나오는 각자의 유골, 더나가 파묘에 이르는 시의 인식 과정을 설명하지만, 우리가 시 쓰는 행위는 어떤 마중물이 없다면 조금은 불가능한 자세에 대한 어떤 경고성 문구처럼 내놓는다.

    오늘도 하루의 묘목을 잘 받들기 위해 거름을 주는 시 읽기, 시신 가득히 시즙 맛을 본다. 잘 감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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