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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서러운 폐허 / 이이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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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profile_image 崇烏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0건 조회 389회 작성일 22-08-04 21:06

본문

성서러운 폐허 / 이이체

 


    해는 저물고 냇가로 떨어지는 물소리가 맑다 시간과 싸워온 돌은 침묵한다 버려진 도시의 유민(遺民)들은 젖은 옷가지들을 때려서 말린다 갈대가 수백만 대군을 이룬 밭에는 성벽의 잔해들이 귀신처럼 있다 그곳에서, 여태 피를 잊지 못한 창칼들이 드문드문 발견될 것이다 세월을 모르는 여자아이 짤막한 고름의 베적삼을 입에 물고 서 있다 붉은 눈, 녹아내린 노을로 더 붉다 어느 바다에는 패배를 싣고 쓰러졌다 일어서기를 되풀이하는 파도가 있을 것이다 전쟁이 끝내준 심연의 유적지에는 이렇게 우주가 한철 피어 있다 이제 없어진 역사를 남기려고 유민들은 바다로 갈지도 모른다 그 바다에서 무너져 내리는 파도를 보며 조개껍질이나 소라껍데기를 별처럼 찾을 것이다 피와 땀에 젖은 옷을 말려 입고 짜디짠 양수에 다시 흠뻑 젖을 운명 살육을 저해하는 무기를 갖고, 이 세계에 스며들지 않도록 긴장해야 한다 시간과 싸워온 돌은 침묵한다 잃어버린 땅 태양을 붉게 녹여버린, 죽음이 숨 쉬는

 

   얼띤感想文

   해가저문다 / 崇烏

    해가 저문다 냇가는 어느 강변에서 시간을 두고 돌 한 잔 마시자고 했다 도시의 유민이 없는 한적한 곳에서 옷가지를 내려놓고 갈대는 길을 나섰다 성벽에서도 얼마 떨어지지 않은 물고기만 다루는 어느 마구간이었다 피와 물과 그리고 다소 정갈하지 않은 창칼을 놓고 우리는 돌을 마셨다 드문드문 시간을 주고받으면서 그리고 다시 자리를 옮겨 노을이 붉은 곳으로 이동하여 냇가는 물을 마셨다 창칼이 오가고 돌은 저만치 던져놓고 냇가는 붉었다 성벽의 잔해가 봄날의 길을 막았는지는 모르겠다 짤막한 고름 같은 것이 있었으니까 그러나 노을은 천만다행으로 여긴다 이제 갈 날도 멀지 않은 도시의 옷가지만 보고 있었으니 냇가도 그게 싫었던 게 분명했다 하지만, 노을의 잔해는 오히려 심연의 유적지를 드러내 저 절벽에다 걸어놓는 일이야말로 뜻깊은 것이라 여긴다 살육이 없는 창칼과 바다의 그 진한 짠 내만이 죽음을 몰아내며 나머지 양수의 젖꼭지에 안식을 취할 수 있을 거라고 믿는다 냇가는 떠났다 하지만, 무엇이 노을을 그리 하도록 하였을까 얼음 동동 띄운 바다를 붓고 이미 수위가 넘은 조개껍질에다가 소라의 별만 찾는 이 손모가지를 무엇이라 설명할 수 있을까 태양은 녹는다 죽음이 숨 쉬는 이곳,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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