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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기, 누구? / 신철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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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profile_image 崇烏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0건 조회 392회 작성일 22-07-30 23:06

본문

거기, 누구? / 신철규

 


    비틀거리며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그림자를 깎고 있는 남자를 보았다. 그는 축축한 벽에 기대어 땅 위에 비친 자신의 그림자를 둥근 조각칼로 오리고 있었다. 그것을 파내면 자신이 그 골목에서 벗어날 수 있다는 듯이, 단호하고도 집요한 손놀림으로. 손끝이 부르르 떨린다. 그는 절벽 앞에 선 사람의 표정을 하고 있었다. 그는 자신의 생을 도려내고 싶었는지도 모른다. 거기, 누구요? 그가 갑자기 고개를 들고 내 쪽을 향해 소리를 질렀다. 그의 때 묻은 손톱이 잠깐, 침침한 가로등 불빛에 반짝, 빛났다. 우리들의 머리 위로 전깃줄이 잉잉거리고 있었다. 그는 다시 작업에 열중하기 시작했다. 나는 그의 작업이 성공할까봐 조마조마했다. 그가 작업을 끝내고 내게 뚜벅뚜벅 걸어와 내 손을 끌고 그 자리에 나를 앉히고 홀연히 떠날까봐, 두려웠다. 나는 발가락 끝으로 땅을 있는 힘껏 누르고 있었다. 그의 작업이 발뒤꿈치를 지나 발가락 끝에까지 다다랐을 때, 그림자가 일어나 그의 위에 쓰러졌다. 그리고 나는 뒷걸음치며 골목을 빠져나왔다. 그 축축하고 침침한 골목을.

 

   얼띤感想文

    우리는 동굴로 걸어가고 있었다. 어제도 이 길을 걸었다. 오직 한 사람만 지나갈 수 있는 숲길이었다. 가시덤불을 일일이 칼로 쳐 내리며 풀과 풀들 사이를 엉겨 붙은 저 거미줄까지 모두 떼어가며 걸었다. 진흙이 신발 밑바닥에 들어붙어 발 떼기조차 힘든 이 오솔길 같은 토끼 길, 걷는 나 자신이 초라하기까지 했다. 순간 수치심이 일었다. 마치 짐 캐리의 트루먼쇼와도 같은 한계가 코앞에 다다른 바다를 헤엄치다 머리 부딪고 마는 저 벽 같은 것을 오로지 두 팔 벌려 힘껏 안으며 가고 있었다. 그때 그 순간 쇠 흰머리 깡깡족이 내 어깨를 두드린다. 그건 말이야 아무 일도 아니라고 너의 심장을 만져봐 아직 뛰고 있잖아 그건 살아 있다는 거 아니겠어 동굴이 뭔 대수일 까만 그 과정이 중요한 거야 용기를 가져, 저 동굴을 뚫고 나면 너는 좀 쉴 수 있을 거야 시원한 냉수 한 사발 마시며 말이야 그랬다 그는 내 오른손을 꽉 쥐며 따뜻한 눈으로 바라보고 있었다. 나는 다시 장도를 챙기며 그 오솔길 같은 토끼 길을 다시 걷기 시작했다. 바위가 들어차고 자갈밭을 지나가고 있었다. 얼마나 걸었을까 어느새 다다른 동굴 입구 그 굴은 입이 딱 벌어 질만큼 큰 구멍이었으나 깊이는 말할 것도 없어 근 몇 보 되지 않는 걸음으로 통과했다. 진흙 묻은 신발을 벗고 발을 씻었다. 모락모락 김이 하늘로 오르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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