빨랫줄 / 서정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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빨랫줄 / 서정춘
그것은, 하늘 아래 처음 본 문장의 첫 줄 같다
그것은, 하늘 아래 이쪽과 저쪽에서 길게 당겨주는
힘줄 같은 것
이 한 줄에 걸린 것은 빨래만이 아니다
봄바람이 걸리면
연분홍 치마가 휘날려도 좋고
비가 와서 걸리면
떨어질까 말까 물방울은 즐겁다
그러나, 하늘 아래 이쪽과 저쪽에서 당겨주는 힘
그 첫 줄에 걸린 것은
바람이 옷 벗는 소리 한 줄 뿐이다
* 천둥 치자, 참새는 떼지어 훌쩍 대추나무 위로 날아가는데,
소나기 쏟아지자, 팬티 스타킹은 흠뻑 젖어 찰싹 달라붙네
실패로다 실패, 완전 해탈(解脫)은 좌절이다!
오늘도 빨랫줄은 재풀에 꺾여 바람에 스쳐 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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