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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용한 가족 / 최금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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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profile_image 崇烏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0건 조회 399회 작성일 22-07-17 16:17

본문

조용한 가족 / 최금진

 


노파는 파리약을 타 마시고 죽었다 / 광목으로 지어 입은 속옷엔 뭉개진 변이 그득했다 / 입속에 다 털어놓고 삼키지 못한 욕설들이 / 다족류처럼 스멀스멀 벽지 위를 오르내렸다 / 어디 니들끼리, 한번 잘살아봐라......./ 스테인리스 밥그릇처럼 엎어진 노파의 손엔 / 사진 한 장이 구겨져 있었다 / 손아귀에 모아진 마지막 떨리는 힘으로 / 노파는 흙벽을 긁어댔으리라, 뒤집혀진 손톱 / 그 핏물을 닦아내는 여자의 완고한 표정을 / 노파는 허연 게거품을 물고 맞서고 있었다 / 호상이구만 호상, 닭뼈다귀 같은 노파의 몸을 / 꾹꾹 펼쳐놓으며 남자는 신경질적으로 코를 막았다 / 서랍장 곳곳에서 몰래 먹다 남긴 / 사과며 과자부스러기들이 쏟아져나온 것 말고도 / 썩은 장판 밑에선 만원짜리 몇장이 더 나왔다 / 발가벗겨진 노파의 보랏빛 도는 입엔 / 서둘러 쌀 한줌이 콱 물려졌다 / 복날이었고 / 뽑힌 닭털처럼 노파의 살비듬이 / 안 보이게 날아다녔다

 

   얼띤感想文

    詩人이라는 직책職責社會의 현실적現實的 문제問題를 아주 직설적直說的으로 고발하는 것도 있다. 웃지 못할 일이지만, 또 저 글발에 웃음이 약간 일기도 한다. 무언가 시원히 까발렸다는 것에 그리고 하얀 깃촉의 심에 흔드는 저 바람을 우리는 볼뿐이다.

    이 를 읽고 있으니 최소한 필자는 조용한 가족은 면한 셈이다. 묻어놓은 죽음을 깨며 읽고 또 발도장까지 찍고 갔으니 말이다.

    글 하나하나를 보면, 왜 파리약일까, 파리약은 있는 것인가? 있다면 저걸 마시고 죽을 수도 있는 것인가? 그렇다. 이니까 곤충을 죽이는 것도 사람 목숨까지 흔들 수 있겠다. 죽음의 世界는 언제나 바닥이다. 바닥을 들여다보며 우리는 바닥을 읽고 마치 고고학자처럼 붓으로 옛 흔적痕迹을 살피듯이 조금스럽게 긁고 있으니까.

    우리는 변을 보고 있다. 노파가 싸놓은 것이지만, 詩人이 싸놓은 글발들이다. 다족류, 거미나 지네 같은 의미가 무상한 것들이 다만, 벽지든 백모산이든 백담지든 담을 긴 뱀만 찾는 땅꾼의 손에 있다는 건 분명하다. 그래 어디 니들끼리 한번 잘살아봐라.....어디 니들끼리 한번 잘 써봐 죽음은 어차피 다 똑같은 것이야하며 서늘한 뼛골 같다.

    스테인리스 밥그릇처럼 엎어진 노파의 손, 스테인리스 밥그릇은 굳은 세계관, 죽음을 대변한다. 그와 동급인 노파의 손을 그러므로 그 를 보고 있다.

    손아귀에 모아진 마지막 떨리는 힘으로, 한 수 죽음의 길을 가고자 하는 독자의 시선이 파르르 떨며 보는 노파()는 흙벽을 긁어댔으리라, 를 읽는 讀者의 눈을 자꾸 긁기만 한다. 그 핏물을 닦아내는 여자의 완고한 표정을, 죽음의 실체實體를 파악하는 표정은 다만 완고하다.

    노파는 허연 게거품을 물고 맞서고 있다. 아직 죽음이 전모가 파악되지 않은 가운데 흰 거품만 뿜어나온다. 호상이구만, 호상, ~ 뼛골 하나 건졌어. 남자는 신경질적으로 코를 막았다. 사실, 어떤 는 읽고 나면 잊히지 않는 것들이 있다. 예로 들면 몇 수 있지만, 너무 많은 詩 感想에 그 흔적痕迹만 보더라도 알 수 있을 것이다.

    詩에 미쳤다면, 서랍장 곳곳에 박아놓은 메모지 같은 것들 참 많을 것이다. 필자는 그런 메모 같은 건 없어도 詩集은 참 많다는 생각, 내 머무는 곳곳 詩集 몇 권은 있으니 말이다.

    발가벗겨진 노파의 보랏빛 도는 입엔 서둘러 쌀 한 줌이 콱 물러졌다. 잘 쓰인 詩集엔 한 줌의 조개가 쥐어지듯 亦是 복날이야 복날, 죽음의 그 끝은 훨훨 날아다니는 詩人의 입김뿐일 게다. 누구든 잘 볼 수 없지만, 또 누구는 훤히 잘 보는 그 世界에서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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