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도는 넓고 파도는 높다 / 김현 > 내가 읽은 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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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도는 넓고 파도는 높다 / 김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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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profile_image grail200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0건 조회 753회 작성일 22-04-26 01:52

본문

파도를 생각하는 사랑도 움직이는 것이나

파도만을 생각하지 않는 것으로 사랑은 자유롭다


파도에 순종하는 사랑도 고분고분할 것이나

파도에 순종하지 않으므로 사랑은 고개를 든다


파도에 올라타는 사랑도 용감한 것이나

파도에 올라타지 못할 때 사랑은 비로소 약자의 편에 선다


파도에서 일어나는 사랑도 멀리 내다보는 것이나

파도에 지고 해변에 눕는 사랑의 얼굴은 지혜롭다


파도는 파도를 아는 자의 것이 아니라 파도를 모르는 자의 것


당신이 파도라면

당신의 사랑은 아직 당신을 모르는 자의 것이다


두 사람이 파도라면

두 사람의 사랑은 아직 두 사람을 모르는 두 사람의 것


하나가 되지 않고

둘인 채로 밀려왔다 밀려가는 것에 사랑의 맨손이 있다


때때로 두 사람은 한 사람을 놓쳤음을 후회하지만

놓침으로 해서 사랑은 다시 새로운 결말이 된다


잔잔한 파도가 가장 무섭고 거친 파도가 가장 안전한 것


붙잡는 것을 두려워하지 말고

놓는 것을 또한 용감히 여겨라


파도 앞에서 누구보다 미래를 보고

파도 뒤에서 누구보다 현재를 보는


당신,

사랑은 좁고 사랑은 낮다


그리고

두 사람이 함께 발을 맞대고 궁리해보는 것이다


자연과 사람 앞에서 성실히

부디


파도가 왜 넓은가

파도가 왜 높은가


김현 시집 [호시절] 창비2020

감상평 : 파도는 넓고 높다면 얼마나 위험할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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