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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신 이야기 / 권오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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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profile_image grail200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0건 조회 444회 작성일 22-05-12 19:14

본문

귀신은 언제 나오나?

밤에 나오지

괘종시계가 때앵 때앵 열두 번을 치고

불이란 불 모두 꺼진 뒤

너도나도 쿨쿨 잠이 들면

그제야 옷자락을 펄럭이며

슬금슬금 기어 나오는 귀신들


박쥐처럼 천장에 달라붙어서

우리 잠든 얼굴을 그윽히 내려다보다가

벽을 타고 차츰차츰 내려와서는

몸 여기저기를 더듬기도 하는,

얼굴도 몸도 팔다리도 온통 시커먼 귀신들


옷장 밑에서도 기어 나오고

침대 밑에서도 기어 나오고

부엌 찬장 밑에서도 기어 나오고

옷장 열면 옷 사이에서 튀어나오는 귀신

이불장을 열면 이불 속에서 튀어나오는 귀신

커튼을 젖히면 커튼 뒤에서 튀어나오는 귀신


뱀처럼 스르르 기어 다니다가

연기처럼 몽개몽개 피어올랐다가

고양이처럼 동그랗게 몸을 웅크렸다가

때가 되면 휘익 표범처럼 덮치려고

까만 눈을 반짝이며 노려보고 있는 귀신들


밤중에 화장실에라도 가려고 불을 켜면

화드득 재빨리 숨어 버리지만

불을 끄고 돌아서면

길다랗고 뾰족하고 시커먼 손가락으로

내 뒷머리칼을 사정없이 잡아당기는 귀신들


귀신은 밤에 나오지

괘종시계가 때앵 때앵 열두 번을 치고

불이란 불 모두 꺼지고

사방이 먹물처럼 캄캄해지면.


사계절2015 권오삼[고양이가 내 배 속에서]

감상평 : 권오삼 시인은 1943연도 생인데 동시를 지었다

나이가 들어서 동시를 짓는다는 것은 무슨 의미일까

위의 시에서 귀신은 우리들의 고뇌쯤 되겠다

읽는 내내 의문점은 동시 바깥의 동시는 없을까라는 것이다

현대시대의 아이들에게 어려운 시가 아닌 동시는 위안을 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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