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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월/기형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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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profile_image 너덜길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0건 조회 759회 작성일 21-09-25 18:09

본문

  10월 





  기형도




  1


  흩어진 그림자들, 모두

  한곳으로 모이는

  그 어두운 정오의 숲속으로

  이따금 나는 한 개 짧은 그림자가 되어

  천천히 걸어 들어간다

  쉽게 조용해지는 나의 빈 손바닥 위에 가을은

  둥글고 단단한 공기를 쥐어줄 뿐

  그리고 나는 잠깐 동안 그것을 만져볼 뿐이다

  나무들은 언제나 마지막이라 생각하며

  작은 이파리들을 떨구지만

  나의 희망은 이미 그런 종류의 것이 아니었다


  너무 어두워지면 모든 추억들은

  갑자기 거칠어진다

  내 뒤에 있는 캄캄하고 필연적인 힘들에 쫓기며

  나는 내 침묵의 심지를 조금 낮춘다

  공중의 나뭇잎 수효만큼 검은

  옷을 입은 햇빛들 속에서 나는

  곰곰이 내 어두움을 생각한다, 어디선가 길다란 연기들이 날아와

  희미한 언덕을 만든다, 빠짐없이 되살아나는

  내 젊은 날의 저녁들 때문이다


  한때 절망이 내 삶의 전부였던 적이 있었다

  그 절망의 내용조차 잊어버린 지금

  나는 내 삶의 일부분도 알지 못한다

  이미 대지의 맛에 익숙해진 나뭇잎들은

  내 초라한 위기의 발목 근처로 어지럽게 떨어진다

  오오, 그리운 생각들이란 얼마나 죽음의 편에 서 있는가

  그러나 내 사랑하는 시월의 숲은 아무런 잘못이 없다


  2


  자고 일어나면 머리맡의 촛불은 이미 없어지고

  하얗고 딱딱한 옷을 입은 빈 병만 우두커니 나를 쳐다본다


  - 시집 <입 속의 검은 잎>에서, 1991 -






- 기형도의 시는 함부로 읽기엔 위험한 구석이 많다.

  그런데도 많은 사람들이 그를 사랑하고 읽는 건,

  그의 언어와 분위기가 너무나 압도적이기 때문이리라.

  사람과 추억에 관한 한 어두운 밤이었던 시인도,

  숲과 나무와 하늘 같은 자연에 관해선 언제나 긍정과 안식의 의미를 부여했다.

  자연에게선 어두움과 우울을 걷어버리는 것이었다.

  우리의 사랑하는 시월의 숲은 아무런 잘못이 없으므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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