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낯설지 마라/문동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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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profile_image 너덜길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0건 조회 566회 작성일 21-09-22 08:45

본문

  낯설지 마라 




  문동만 





  한 아이가 골목에서 생라면 까먹다 부스러기를 흘린다

  가난한 날의 주전부리나 주눅들어 주저앉았던 담벼락

  내 오래된 상징, 낯설었지


  작업복을 빨아 널며 나는 옆집 빨랫줄을 쳐다보네

  엉덩이 쪽에 찌든 기름자국을 나도 모르게 숨기며


  망각은 청이끼처럼 자랐네


  이 착한 초여름 바람에

  누구라도 꺼내 말리는 오래된 삶의 부표들


  내 꿈은 떠 있는 것이었지

  가라앉지 않는 것이었지


  오, 어떤 세월 그대여 낯설지 마라


  - 시집 <그네>에서, 2009 -





- 시에 등장하는 그 이상인 경우도 있었다.

  가령 씹던 껌을 밥상에 붙여두고 식사 마친 후 다시 떼서 씹던 시절도 있었다.

  가난이 서로를 낯설게 만들던 시절,

  남루한 삶이 우리를 주눅들게 하던 시절을 견디고 건너면

  절대 가라앉지 않을 우리의 꿈은 여전히 빨래처럼 휘날리리니.

  그러니, 우리 낯설지 말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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