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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자 =최금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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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profile_image 崇烏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0건 조회 568회 작성일 24-12-23 22: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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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자

=최금진

 


    그의 구두 뒤축에는 지구의 자전이 매달려 있다

    호수에 날은 저물고 웅웅 편서풍이 분다

    멀리서 지평선이 언덕을 내려놓고 달을 들어올린다

    여행용 컨테이너처럼 그의 몸은 조립식

    그는 몸을 펼쳐 텐트를 친다

    발목사슬에 달고 질질 끌고 온 세월은

    문밖 기둥에 白旗처럼 걸어놓는다

    여기서 물고기를 잡아먹고 조개를 건져먹고

    어느날은 패총처럼 굳어

    자신의 묘비가 될 것이다, 그는 그렇게 편지를 쓴다

    하이에나처럼 낄낄거리는 꽃들

    그 먹이피라미드의 맨 밑바닥에 몸을 눕힌다

    무너져오는 어둠의 네 귀퉁이를 손발로 들어올리고

    안녕, 너무 늦은 시간이다, 그는 몸을 끄듯 눈을 감는다

 

   창비시선 280 최금진 시집 새들의 역사 73p

 

   얼띤 드립 한 잔

    시의 경로를 본다. 자연은 그야말로 완벽한 시다. 자연을 닮으려는 화자의 욕망은 지구의 자전과 그의 구두 뒤축 사이다. 호수는 지구의 한 편이다. 물론 자연적이며 기술이 뛰어난 호수好手의 측면을 가리킨다. 편서풍은 굳이 그 의미를 쫓기보단 서쪽으로 치우치려는 죽음의 본능을 은유한다. 멀리서 지평선이 언덕을 내려놓고 달을 들어 올린다. 지면을 제유한 지평선이자 내 몸을 누일 지면이기도 하다. 언덕과 달은 자연의 산물로 시의 고체성을 대변한다. 언덕이라는 말도 참 재밌는 시어다. 자연적인 산물이지만 말의 공덕처럼 읽어도 무관하겠다. 여행용 컨테이너처럼 그의 몸은 조립식 그는 몸을 펼쳐 텐트를 친다. 컨테이너의 모양과 그 기능까지 생각하며 읽는다면 네모와 서랍과 같은 단어가 떠오르고 조립식이라는 말에 여기저기 짜 맞춘 화자의 서툰 손을 예상할 수 있겠다. 텐트처럼 즉 볼록한 스크랩과 같은 원래 다이어리는 그 기능을 상실하고 부푼 상태다. 발목 사슬에 달고 질질 끌고 온 세월은 문밖 기둥 白旗처럼 걸어놓는다. 발목 사슬에서 私設에 얽힌 수난을 은유한다면 문밖이라는 말에서 어떤 한 경계의 측과 백기에서 하얀 민낯만 제시한 자연을 볼 수 있겠다. 여기서 물고기를 잡아먹고 조개를 건져 먹고 어느 날은 패총처럼 굳어 자신의 묘비가 될 것이다. 여기는 지구를 지칭한다. 보통 지구는 시적 객체를 지목하는 경우가 많지만, 이 시에서는 시적 주체다. 물고기 어와 조개, 고를 조調에서 고칠 개를 건져본다. 이것은 패총貝塚 조개더미를 형성할 것이다. 곧 자신의 무덤이자 묘비다. 시는 그 시인을 대신에 하기에 그렇다. 그것은 세상을 향한 편지와도 같다. 하이에나라는 말, 하이 즉 높은 곳을 지향하고 에나, 아나 여기 있다 둥 낄낄거리는 꽃 꽃들은 역시 지구의 한 구절이겠다. 먹이 피라미드의 맨 밑바닥은 지구의 표면이자 지평선을 이루며 가장 낮은 곳에서 높은 곳을 향한 환생과 환희를 기대해 본다. 어둠의 네 귀퉁이, 이는 모서리지만 뭐가 뭔지 아직도 모르는 내게 귓바퀴를 형성한다. 안녕 너무 늦은 시간이다. 그는 몸을 끄듯 눈을 감는다. 이로 오늘도 어찌 됐든 숙제를 마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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