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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개하고 싶은 시에 간단한 감상평이나 느낌을 함께 올리는 코너입니다 (작품명/시인)

가급적 문예지에 발표된 등단작가의 위주로 올려주시기 바랍니다(자작시는 삼가바람) 

12편 이내 올려주시고, 특정인을 홍보하기 위한 수단으로 이용하는 것을 

첫여름/이세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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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profile_image 너덜길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0건 조회 533회 작성일 21-07-24 17: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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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첫여름 




  이세기




  1

  쪽사리인데 대낮에 사람이라고는 보이지 않는다

  갯고랑이 보이는 끄트머리

  서너 채 함석집


  할매들이 바지락을 캐어다

  뭍배가 오면 내어다 팔기도 하고

  돌톳을 햇볕에 말렸다가

  팔기도 하는


  늙수그레한 몸에는 갯내가 났다


  2

  함석집에는

  목침이 있고

  이불을 올려놓은 선반이 있고


  장판이 

  누렇게 눌은

  아랫목은

  시꺼멓게 먹밤처럼 늙었다


  밤이 오면

  반딧불이 날아다니고

  손전등 불빛들이 갯바위 틈새에서 새어나왔다


  3

  유성이 떨어지는

  깊은 밤에는

  해안가 샘골에서 물 흐르는 소리가

  어두운 방으로 들어오고


  골짜기에서는

  치성을 드리는지

  주문이 들려왔다


  그러다가 다시 저녁밥때가 오면

  기력은 곡식에서 생긴다며

  고봉밥이 최고다

  삼시세끼 제때 먹는 것이 몸에 화를 내리는 것이라며

  밥을 권하기도 하고


  밤이면 밤마다

  치성을 마친 인기척이

  골짜기에서 걸어나왔다


  세상을 견디는 목소리가 걸어나왔다


  - 시집 <언 손>에서, 2010 -




- 화가가 마지막 한 획을 긋기 위해 수많은 덧칠을 거듭하듯,

  소설가가 마지막 절정을 향해 수많은 이야기를 펼쳐놓듯,

  시인은, '세상을 견디는 목소리가 걸어나왔다', 

  이 마지막 한 구절을 위해 삶의 땀내 듬뿍 스민 시어들로 묘사한다.

  그냥 먹먹한 바다를 바라보듯 읽으면 좋은 시다.

  바다를 바라보는 내 할머니 낡으신 등을 바라보는 느낌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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