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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야 식당/박소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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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profile_image 날건달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2건 조회 1,289회 작성일 21-06-25 19: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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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야 식당/박소란



당신은 무얼 먹고 지내는지
궁금합니다
이 싱거운 궁금증이 오래 가슴 가장자리를 맴돌았어요


충무로 진양상가 뒤편
국수를 잘하는 집이 한 군데 있었는데
우리는 약속도 없이 자주 왁자한 문 앞에 줄을 서곤 했는데
그곳 작다란 입간판을 떠올리자니 더운 침이 도네요 아직
거기 그 자리에 있는지 모르겠어요
맛은 그대로인지


모르겠어요
실은 우리가 국수를 좋아하기는 했는지


나는 고작 이런 게 궁금합니다
귀퉁이가 해진 테이블처럼 잠자코 마주한 우리
그만 어쩌다 엎질러 버린 김치의 국물 같은 것
좀처럼 닦이지 않는 얼룩 같은 것 새금하니 혀끝이 아린 순간
순간의 맛


이제 더는
배고프다 말하지 않기로 해요 허기란 얼마나 촌스러운 일인지  

 

혼자 밥 먹는 사람, 그 구부정한 등을 등지고
혼자 밥 먹는 일


형광등 거무추레한 불빛 아래
불어 선득해진 면발을 묵묵히 건져 올리며
혼자 밥 먹는 일


그래서
요즘 당신은 무얼 먹고 지내는지



시집 [한 사람의 닫힌 문] 창비, 2019



살다 보면

울컥,

소리 내 울지 못할 때가 있었지요.


누가 저에게 굳이 그 이유를 묻는다면

글쎄요,

그것은 아마도 당신의 존재를 부정할 수 없기 때문일 겁니다.


살아간다는 것은

때때로

바보처럼 참고 견디며 무작정 버텨야 하는 것이기에

그런 삶이 저에겐 너무나도 소중하다고 믿기에


당신은 하느님이 저에게 베풀어 준 거룩한 선물입니다.


당신에게 눈빛을 띠어 보내는 이 수줍은 저녁에

어슴푸레한 창밖을 내다보며

요즘 당신이 무얼 먹고 지내시는지


염치없는 안부를 띄워봅니다.

댓글목록

魔皇이강철님의 댓글

profile_image 魔皇이강철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날건달 시인, 형님
내가 읽은 시에 시도 올리시고 좋네요
정말로 재미있게 읽었습니다
앞으로 자주 뵙기를 희망합니다
오늘도 건강하시고 행복하세요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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