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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 산책 /나희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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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profile_image 이종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0건 조회 764회 작성일 21-06-30 21: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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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 산책     /     나희덕


우리는 매화나무들에게로 다가갔다
이쪽은 거의 피지 않았구나,
그녀는 응달의 꽃을 안타까워했다
자신의 삶을 바라보듯
입 다문 꽃망울 앞에 한참을 서 있었다
땅은 비에 젖어 있었고
우리는 몇 번이나 휘청거리며 병실로 돌아왔다
통증이 그녀를 잠시 놓아줄 때
꽃무늬 침대 시트를 꽃밭이라 여기며
우리는 소풍 온 것처럼 차를 마시고 빵조각을 떼었다
오후에는 소리 내어 책을 읽으며
문장들 속으로 난 숲길을 함께 서성이기도 했다
그러다가도 죽음, 이라는 말 근처에서
마음은 발걸음을 멈추곤 했다
피지 않은 꽃에 대해 말한다는 것은
한 번도 가보지 않은 곳에 대해 말한다는 것은
침묵에 기대지 않고는 어려운 일이기에
입술도 가만히 그 말의 그림자가 지나가기를 기다렸다
응달의 꽃은 지금쯤 피었을까,
그러나 우리는 다시 산책을 나가지 못했다
시간의 들판에서 길을 잃었는지
그녀는 돌아오지 않았다
아니, 길을 잃은 것은 나인지도 모른다
그녀의 발자국 소리를 더 이상 듣지 못하게 되었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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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력>

1966년 충남 논산 출생
연세대 국문과와 동대학원 박사과정 졸업
1989년 중앙일보 신춘문예 당선
시집으로뿌리에게』『그 말이 잎을 물들였다』『그곳이 멀지 않다
어두워진다는 것』『사라진 손바닥』 『야생 사과』『말들이 돌아오는 시간
시론집보랏빛은 어디에서 오는가, 산문집반통의 물
김수영문학상, 오늘의 젊은 예술가상, 현대문학상, 이산문학상, 소월시문학상 등 수상

 

 

<감상>

 

사람을 떠나보낸다는 것은 어쩌면 사랑을 떠나보내는 것과 같다. 자의가 아닌 타의에 의한 선택이지만 사람은 가고 또 한사람은 남는다는 것이 관점을 바꾸어보면 남고 떠나는 것이 맞을 수 있다. 시인의 눈은 예리함보다 마음으로 보는 눈이기에 역지사지의 모습이 선명하게 드러나는 것 아닐까 한다. 그럼에도 <마지막 산책>이란 시제와 행간에 담긴 감성은 참으로 아름다워 보이고 향기롭기까지 하다. 아주 현란한 시보다, 아주 묵직하여 마음을 짓누르는 시보다 오히려 이렇게 상처난 마음을 꿰메주는 시가 내게는 정말 좋은 시 같다. 지금은 오월을 지나 유월의 마지막 날 , 일부 철 이른 꽃들은 산책을 마치고 돌아갔고 아직 수명이 더 남은 금계국과 개망초와 일부 야생화는 각각 자기의 자리에서 산책을 즐기고 있는 중이다. 먼저 떠난 아름다운 이들의 발자국을 꽃그림자로 밟으며 나도 그들과 산책을 나누고 있기에 나의 마지막 산책은 계속 이어지고 있다, 가끔은 시인이 힘주어 말하는 응달의 꽃에 몇 발자국 더 다가가야 하리란 생각이 가슴 속으로 들어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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