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루 / 이제니 > 내가 읽은 시

본문 바로가기
사이트 내 전체검색
시마을 Youtube Channel

내가 읽은 시

  • HOME
  • 문학가 산책
  • 내가 읽은 시

    (운영자 : 네오)

 

소개하고 싶은 시에 간단한 감상평이나 느낌을 함께 올리는 코너입니다 (작품명/시인)

가급적 문예지에 발표된 등단작가의 위주로 올려주시기 바랍니다(자작시는 삼가바람) 

12편 이내 올려주시고, 특정인을 홍보하기 위한 수단으로 이용하는 것을 

페루 / 이제니

페이지 정보

작성자 profile_image 이강철시인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0건 조회 649회 작성일 21-06-07 11:48

본문

페루 / 이제니


빨강 초록 보라 분홍 파랑 검정 한 줄 띄우고 다홍 청록 주황 보라. 모두가 양을 가지고 있는 건 아니다. 양은 없을 때만 있다. 양은 어떻게 웁니까. 메에 메에. 울음소리는 언제나 어리둥절하다. 머리를 두 줄로 가지런히 땋을 때마다 고산지대의 좁고 긴 들판이 떠오른다. 고산증. 희박한 공기. 깨어진 거울처럼 빛나는 라마의 두 눈. 나는 가만히 앉아서도 여행을 한다. 내 인식의 페이지는 언제나 나의 경험을 앞지른다. 페루 페루. 라마의 울음소리. 페루라고 입술을 달싹이면 내게 있었을지도 모를 고향이 생각난다. 고향이 생각날 때마다 페루가 떠오르지 않는다는 건 이상한 일이다. 아침마다 언니는 내 머리를 땋아주었지. 머리카락은 땋아도 땋아도 끝이 없었지. 저주는 반복되는 실패에서 피어난다. 적어도 꽃은 아름답다. 적어도 나는 그렇게 생각한다. 간신히 생각하고 간신히 말한다. 하지만 나는 영영 스스로 머리를 땋지는 못할 거야. 당신은 페루 사람입니까. 아니오. 당신은 미국 사람입니까. 아니오. 당신은 한국 사람입니까. 아니오. 한국 사람은 아니지만 한국 사람입니다. 이상할 것도 없지만 역시 이상한 말이다. 히잉 히잉. 말이란 원래 그런 거지. 태초 이전부터 뜨거운 콧김을 내뿜으며 무의미하게 엉겨 붙어 버린 거지. 자신의 목을 끌어안고 미쳐버린 채로 죽는 거지. 그렇게 이미 죽은 채로 하염없이 미끄러지는 거지. 단 한번도 제대로 말해본 적이 없다는 사실이 안심된다. 우리는 서로가 누구인지 알지 못한다. 말하지 않는 방식으로 말하고 사랑하지 않는 방식으로 사랑한다. 길게 길게 심호흡을 하고 노을이 지면 불을 피우자. 고기를 굽고 죽지 않을 정도로만 술을 마시자. 그렇게 얼마간만 좀 널브러져 있자. 고향에 대해 생각하는 자의 비애는 잠시 접어두자. 페루는 고향이 없는 사람도 갈 수 있다. 스스로 머리를 땋을 수 없는 사람도 갈 수 있다. 양이 없는 사람도 갈 수 있다. 말이 없는 사람도 갈 수 있다. 비행기 없이도 갈 수 있다. 누구든 언제든 아무 의미 없이도 갈 수 있다.


<2008년 경향신문 신춘문예 당선 등단. 2010년에 [아마도 아프리카]를 출판.> 


감상평 : 몰이해시는 독자에게 시적인 가치가 있을까? 

댓글목록

등록된 댓글이 없습니다.

Total 5,011건 53 페이지
내가 읽은 시 목록
번호 제목 글쓴이 조회 날짜
2411 이종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743 06-13
2410 너덜길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742 06-13
2409 박종영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555 06-12
2408 너덜길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637 06-11
2407 흐르는물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800 06-11
2406 金富會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626 06-11
2405 너덜길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785 06-10
2404 이면수화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999 06-10
2403 너덜길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510 06-09
2402 너덜길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570 06-08
2401 너덜길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839 06-07
열람중 이강철시인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650 06-07
2399 金富會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655 06-07
2398 湖巖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616 06-07
2397 이종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564 06-06
2396 이강철시인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647 06-06
2395 이강철시인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731 06-06
2394 너덜길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606 06-04
2393 金富會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691 06-04
2392 너덜길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571 06-03
2391 이강철시인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626 06-03
2390 너덜길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574 06-02
2389 너덜길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600 06-01
2388 湖巖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892 05-31
2387 이종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862 05-30
2386 너덜길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587 05-30
2385 너덜길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529 05-28
2384 너덜길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431 05-27
2383 너덜길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809 05-26
2382 너덜길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663 05-25
2381 이종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600 05-24
2380 湖巖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635 05-24
2379 너덜길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579 05-23
2378 너덜길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712 05-22
2377 너덜길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895 05-21
2376 너덜길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886 05-20
2375 너덜길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471 05-19
2374 너덜길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592 05-18
2373 너덜길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235 05-17
2372 이종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687 05-17
2371 湖巖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544 05-17
2370 너덜길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503 05-16
2369 너덜길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722 05-15
2368 너덜길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697 05-14
2367 너덜길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588 05-13
2366 너덜길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803 05-12
2365 이종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940 05-12
2364 너덜길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782 05-11
2363 너덜길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762 05-10
2362 湖巖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887 05-10
게시물 검색

 


  • 시와 그리움이 있는 마을
  • (07328) 서울시 영등포구 여의나루로 60 여의도우체국 사서함 645호
  • 관리자이메일 feelpoem@gmail.com
Copyright by FEELPOEM 2001.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