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가 부르시면/권지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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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가 부르시면
권지숙
골목에서 아이들 옹기종기 땅따먹기하고 있다
배고픈 것도 잊고 해 지는 줄도 모르고
영수야, 부르는 소리에 한 아이 흙 묻은 손 털며 일어난다
애써 따놓은 많은 땅 아쉬워 뒤돌아보며 아이는 돌아가고
남은 아이들 다시 둘러앉아 왁자지껄 논다
땅거미의 푸른 손바닥이 골목을 온통 덮을 즈음 아이들은 하나둘
부르는 소리 따라 돌아가고 남은 아이들은 여전히 머리 맞대고 놀고
부르시면, 어느날 나도 가야 하리
아쉬워 뒤돌아보리
- 시집 <오래 들여다본다>에서, 2010 -
* 이런 간단한 비유 속에 인생의 진실이 숨어 있다.
시는 멀리 있지 않다.
아이들의 생활만 살펴봐도 시는 이렇게 건져진다.
종교적인 상징을 떠나서라도 시는 의미심장하다.
이 자그마한 것에서 시를 이끌어내는 시인의 통찰이 놀랍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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