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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당을 쓴다/이영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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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profile_image 너덜길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0건 조회 1,027회 작성일 21-04-03 09:22

본문

마당을 쓴다 






이영재







고양이는 고양이와

구분된다 나무와 새가 없는

숲에 대해


여백을 남겨두고 마당을 쓴다


마당에 조용한 능선을 그려 넣으면

다음 고양이가 몸을 켠다


나는 마루 위에 사는 귀와 함께

마당 한편의 숲을

숲으로 듣는다


새들은 아궁이를 떠났고

여백도 없는 아궁이는 깨끗하도록 검고


잠시, 뒷마당을 앞마당으로 옮겨두고

장독을 닦는다

발자국은 고양이의 것이 아니다


마당은 오래되었고 숲은 오래되었다

고양이를 구분하는 방식으로

숲과 숲을, 마당과 마당을

구분할 수 없다


구분된 고양이의 귀를 만지며

마당을 닮은, 아니 숲을 닮은

여백과 여백 사이를 산책하고 돌아와


앞마당과

앞마당으로 옮겨놓은 앞마당과

돌아오지 않는 앞마당마저

여백을 남겨두고 쓴다



- 시집 <나는 되어가는 기분이다>에서, 2020 -










* 마당을 쓸어 본 사람이라야 여백을 남겨두고 쓴다는 말이 무슨 뜻인지 알리라.

  마당을 쓰는 일은 산책하는 것과 같다.

  그리고 둘의 공통점은 여백을 만드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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