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래된 여행가방/김수영 > 내가 읽은 시

본문 바로가기
사이트 내 전체검색
시마을 Youtube Channel

내가 읽은 시

  • HOME
  • 문학가 산책
  • 내가 읽은 시

    (운영자 : 네오)

 

소개하고 싶은 시에 간단한 감상평이나 느낌을 함께 올리는 코너입니다 (작품명/시인)

가급적 문예지에 발표된 등단작가의 위주로 올려주시기 바랍니다(자작시는 삼가바람) 

12편 이내 올려주시고, 특정인을 홍보하기 위한 수단으로 이용하는 것을 

오래된 여행가방/김수영

페이지 정보

작성자 profile_image 너덜길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0건 조회 722회 작성일 21-04-07 22:25

본문

 오래된 여행가방







 김수영







  스무살이 될 무렵 나의 꿈은 주머니가 많이 달린 여행가방과 펠리컨 만년필을 갖는 것이었다. 만년필은 주머니 속에 넣어두고 낯선 곳에서 한번씩 꺼내 엽서를 쓰는 것.


 만년필은 잃어버렸고, 그것들을 사준 멋쟁이 이모부는 회갑을 넘기자 한달 만에 돌아가셨다.

 아이를 낳고 먼 섬에 있는 친구나, 소풍날 빈방에 홀로 남겨진 내 짝 홍도, 애인도 아니면서 삼년 동안 편지를 주고받은 남자, 머나먼 이국땅에서 생을 마감한 삼촌......

 추억이란 갈수록 가벼워지는 것. 잊고 있다가 문득 가슴 저려지는 것이다.


 이따금 다락 구석에서 먼지만 풀썩이는 낡은 가방을 꺼낼 때마다 나를 태운 기차는 자그락거리며 침목을 밟고 간다. 그러나 이제 기억하지 못한다. 주워온 돌들은 어느 강에서 온 것인지, 곱게 말린 꽃들은 어느 들판에서 왔는지.


 어느 외딴 간이역에서 빈자리를 남긴 채 내려버린 세월들. 저 길이 나를 잠시 내려놓은 것인지, 외길로 뻗어 있는 레일을 보며 곰곰 생각해본다. 나는 혼자이고 이제 어디로든 다시 돌아갈 수 없다는 것을.



 - 시집 <오랜 밤 이야기>에서, 2000 -









 * 시인의 시집을 읽노라면 지난 세월이 내 앞에 불려와 얼굴을 붉히는 느낌이 든다.

  20여년 전에 시인을 처음 알았을 때 하얀 자작나무 같다는 생각이 들었었다.

 그러나 여전히 우리는 혼자이고 이제 어디로든 다시 돌아갈 수 없으므로,

 이따금씩 오래된 여행가방을 열어보는 것이 아닐까.

 

  

 

  

  


 

댓글목록

등록된 댓글이 없습니다.

Total 5,011건 54 페이지
내가 읽은 시 목록
번호 제목 글쓴이 조회 날짜
2361 너덜길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575 05-09
2360 이종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727 05-09
2359 친정아바지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667 05-09
2358 너덜길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607 05-08
2357 너덜길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594 05-07
2356 너덜길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766 05-06
2355 너덜길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753 05-05
2354 너덜길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756 05-04
2353 너덜길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879 05-03
2352 湖巖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665 05-03
2351 너덜길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694 05-02
2350 너덜길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665 05-01
2349 너덜길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289 04-30
2348 너덜길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655 04-28
2347 너덜길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833 04-27
2346 湖巖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689 04-26
2345 너덜길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712 04-25
2344 너덜길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896 04-24
2343 너덜길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674 04-23
2342 너덜길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806 04-22
2341 너덜길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067 04-21
2340 너덜길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985 04-20
2339 너덜길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550 04-19
2338 湖巖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694 04-19
2337 너덜길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864 04-18
2336 너덜길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682 04-17
2335 너덜길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102 04-16
2334 너덜길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717 04-15
2333 너덜길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631 04-14
2332 너덜길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752 04-13
2331 너덜길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450 04-12
2330 湖巖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798 04-12
2329 너덜길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566 04-11
2328 너덜길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704 04-10
2327 너덜길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612 04-09
2326 너덜길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830 04-08
열람중 너덜길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723 04-07
2324 너덜길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916 04-06
2323 너덜길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060 04-05
2322 湖巖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807 04-05
2321 너덜길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737 04-04
2320 너덜길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027 04-03
2319 너덜길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750 04-02
2318 너덜길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945 04-01
2317 너덜길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786 03-31
2316 너덜길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675 03-30
2315 너덜길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824 03-29
2314 湖巖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908 03-29
2313 너덜길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041 03-28
2312 너덜길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695 03-27
게시물 검색

 


  • 시와 그리움이 있는 마을
  • (07328) 서울시 영등포구 여의나루로 60 여의도우체국 사서함 645호
  • 관리자이메일 feelpoem@gmail.com
Copyright by FEELPOEM 2001.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