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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개하고 싶은 시에 간단한 감상평이나 느낌을 함께 올리는 코너입니다 (작품명/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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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편 이내 올려주시고, 특정인을 홍보하기 위한 수단으로 이용하는 것을 

그 피리에게/강은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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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profile_image 너덜길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0건 조회 688회 작성일 21-03-23 11:03

본문

그 피리에게 





강은교







비가 비 곁에 눕는다

진흙 수천덩이 한데 엎뎌

서른 피 쏟아대는 밤

바람이며 그리메며 모두 젖어서

젖은 채 뚝뚝

몸서리로 흘러서

오도 가도 못해 어둠 혼자

모래 위에 우두커니 서 있는데


내 피리 한 곡조 불어

저 하늘로 떠나 보내면

벌건 노을 엉켜들던 구름 밑

길길이 뛰는 파도에 얹으면,

온다, 손톱 발톱 나딩구는 길

첨 보는 낙엽 하나 엎으러져

달려온다

살은 없이 뼈만 남아

뼈도 없이 내음만 남아

울음은 부스러져 갈기갈기

온 땅에 스며


온다, 아는 비 곁에 모르는 비

그 뒤 새벽도 덩달아

비린내는 아니고

핏내도 아니고

그러나 그러나 이 모두

담뿍 껴안은.



- 시집 <소리집(集)>에서, 1982 -








* 시인은 오랫동안 감성 출렁이는 시를 써 왔다.

  풀피리 같은 소리가 난다, 시인의 시를 읽으면.

  언제까지나 소녀로 남았음 하는 시인도 나이를 먹었지만,

  그의 시들은 언제나 소녀와 아침 이슬 잔뜩 머금은 풀의 싱그러움으로 빛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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