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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개하고 싶은 시에 간단한 감상평이나 느낌을 함께 올리는 코너입니다 (작품명/시인)

가급적 문예지에 발표된 등단작가의 위주로 올려주시기 바랍니다(자작시는 삼가바람) 

12편 이내 올려주시고, 특정인을 홍보하기 위한 수단으로 이용하는 것을 

나무/곽재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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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profile_image 너덜길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0건 조회 775회 작성일 21-01-04 19:05

본문

나무 




곽재구





인간인 내가

인간이 아닌 나무에게

음악을 들려주고 싶을 때

나무는 고요히 춤을 춘다


모르는 이들은

만행 중인 바람이

나무의 심연을 헤적인 거라 생각하지만

사실 나무는 제 앞에 선 인간에게

더덕꽃 향기 짙은 제 몸의 음악을

고요히 들려주고 싶은 것이다


나무는 춤을 출 때

잎사귀 하나하나

다른 춤의 스텝을 밟는다

인간인 당신이 나뭇잎 속으로 들어와 춤을 출 때

외로움을 느끼지 않도록


그러다가 홀연 당신 또한

온몸에 푸른 실핏줄이 퍼져나간 은빛 이파리가 된다


인간이 아닌 나무가

인간인 내게

시를 읽어주고 싶을 때

나무는 고요히 춤을 춘다


세월이 흘러 나무가 땅에 누우면

당신도 나란히 나무 곁에 누워

눈보라가 되거나

한 소쿠리 비비새 울음이 된다

먹기와집 마당을 뒤덮는 채송화 꽃밭이 된다



- 시집 <와온 바다>에서, 2012 -





*  인간은 나무에게 음악을 들려주고 나무는 인간에게 시를 읽어준다.

  그리고 나중엔 나란히 가로로 눕는다.

  혹시 숲에서 시나 음악이 들려온다면 그들의 목소리일 것이니,

  우리는 쫑긋하니 귀를 기울일 일이다.

  결국 우리도 나무와 꽃으로 눕고야 말겠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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