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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의 말/마종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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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profile_image 너덜길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0건 조회 899회 작성일 21-01-26 21:40

본문

바람의 말 




마종기 





우리가 모두 떠난 뒤

내 영혼이 당신 옆을 스치면

설마라도 봄 나뭇가지 흔드는

바람이라고 생각지는 마.


나 오늘 그대 알았던

땅 그림자 한 모서리에

꽃나무 하나 심어놓으려니

그 나무 자라서 꽃 피우면

우리가 알아서 얻은 모든 괴로움이

꽃잎 되어서 날아가버릴 거야.


꽃잎 되어서 날아가버린다.

참을 수 없게 아득하고 헛된 일이지만

어쩌면 세상 모든 일을

지척의 자로만 재고 살 건가.

가끔 바람 부는 쪽으로 귀기울이면

착한 당신, 피곤해져도 잊지 마,

아득하게 멀리서 오는 바람의 말을.



- 시집 <안보이는 사랑의 나라>에서, 1980 -





* 아마도 우리나라에서 가장 유명한 시 중의 하나일 것이다.

  내겐 전화기 너머로 대여섯 시간 동안 이 시를 읽어주며 벗과 

  얘기하던 추억이 깃든 시다.

  머리가 복잡하고 어려울 때마다 이 시를 읽으면 위로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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