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할머니의 뜰/김선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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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profile_image 너덜길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0건 조회 790회 작성일 20-12-25 16:16

본문

할머니의 뜰 




김선우





토담 아래 비석치기 할라치면 

악아, 놀던 돌은 제자리에 두거라

남새밭 매던 할머니

원추리꽃 노랗게 고왔더랬습니다


뜨건 개숫물 함부로 버리면

땅속 미물들이 죽는단다

뒤안길 돌던 하얀 가르마

햇귀 곱게 남실거렸구요


악아, 개미집 허물면 수리님이 운단다

매지구름 한소쿠리 는개 한자락에도

듬산 새끼노루 곱아드는 발

싸리꽃이 하얗게 지곤 했더랬습니다


토담, 사라진 기억의 덧창에

고가도로 삐뚜루 걸리는 저녁

마음 들일 데 없는 할머니 흰 버선발

찬비에 저만치 정처없습니다



- 시집 <내 혀가 입속에 갇혀 있기를 거부한다면>에서, 2000 -





*  비석치기 놀이에 쓰던 돌도, 땅속 미물도, 개미집도,

   할머니에겐 가족이나 진배없다.

   할머니의 뜰은 개숫물도, 매지구름도, 는개도, 고가도로도 어찌할 수 없는,

   할머니의 마음 그 자체다.

   기특한 건 그러한 것을 손녀가 헤아린다는 것이다.

   시도 시인도 할머니도 오롯이 뜰 안에 거니는 풍경이다.

   이젠 기억속에서만 남은 풍경이지만,

   시는 아름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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