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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편 이내 올려주시고, 특정인을 홍보하기 위한 수단으로 이용하는 것을 

내 여자친구를 소개합니다 =유선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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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profile_image 崇烏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0건 조회 1,132회 작성일 24-11-24 21:15

본문

내 여자친구를 소개합니다

=유선혜

 

 

    내 여자친구는 비만입니다. 온 세상이 고통이라서 허기에 늘 집니다. 우리는 방이 두 개고 화장실이 하나인 집에서 빨래를 개고 있었습니다. 그녀는 목이 죄다 늘어난 티셔츠를 접다가 포근한 보리수보다 헤픈 바다를 사랑해서 단맛보다 짠맛이 좋다고 이야기합니다. 그녀의 미소 짓는 얼굴은 염주보다 동그란데 모든 일이 헛되고 무상해서 새로 돋아날 수가 없고 그래서 다이어트할 겨를이 없다고 합니다. 박자보다는 삶의 입자를 쪼개느라 의미 없는 댄스가 싫다고 합니다. 우리는 창밖을 보고 있었습니다. 아홉 번 태어난다는 포동한 고양이를 보고 있었습니다. 그녀는 전생으로 돌아가면 틀림없이 다시 태어나지 않을 겁니다. 적어도 우리로는 태어나지 않을 겁니다. 그녀 없이는 아무것도 설명할 수 없어서 미안하다고 하자 인자하게 웃으며 더 나은 위로는 없느냐고 합니다. 한밤중에 불이 켜진 부엌에서 라면을 끓이다가 어떻게 겨우 네 글자로 영원불멸을 적을 수 있냐고 묻습니다. 물이 끓으면 그녀는 부드러운 손짓으로 가스 밸브를 잠급니다. 그러고는 라면의 면발이 지방으로 가는 인과의 고리라고 속삭입니다. 그녀는 살에 있어서는 관념론자입니다. 슬픔이 잦은 나를 위해 매일 밤 침대에 눕고 서러운 명상에 젖어 나를 안아줍니다. 그녀의 외로운 팔뚝은 혼자인데 자유자재입니다. 내 여자친구는 온 세상이 걸려 있는 그물의 시작입니다. 방이 어두워집니다. 그녀는 책상 앞에 앉아 스탠드를 켜고 뾰족하지 못한 글씨체로 자기소개서 위에 씁니다. 취미는 살아 있기, 특기는 고요하기라고요.

 

 

   문학과지성 시인선 608 유선혜 시집 사랑과 멸종을 바꿔 읽어보십시오 11-12p

 

   얼띤 드립 한 잔

    여기서 여자친구는 마음을 대신에 한다. 그러니까 내 마음은 늘 비만하다. 바깥은 고통이기에 안 즉 속은 영혼의 허기로 공허하기만 하다. 그러므로 모가() 난 것은 바깥뿐만 아니라 안까지 더해 두 개가 되는 것이고 이를 풀고자 애쓰는 걸 빨래라 하면 빨래를 다지고 늘고 살피는 일은 마음의 화장이나 다름이 없겠다. 매일 마음의 빨래를 하다 보면 목은 죄다 는다. 티셔츠는 어떤 태도나 기색으로 티와 먼지와 같은 티를 보는 윗옷은 셔츠이므로 마음을 상징한다. 보리수는 어떤 이치를 굳게 다지며 지킨 이념 따위로 극히 개인적으로 닿고 이에 바다는 폭넓고 깊은 사리를 대변한다. 단맛 짧게 깎는 머리보다는 짠맛 꾹 쥐어짜더라도 수고스러움은 일의 가치가 있어 좋다. 미소 짓는 얼굴에서 아닐 미에 트일 소로 트이지 못한 낯짝()은 염주처럼 구체를 형성하지만 닿는 모든 일은 헛되고 무상하기만 하다. 다이어트는 마음을 깎는 일로 그 틈을 내기가 어렵기만 하고 박자는 칠 박에 입자에서 입은 들이고 입설 입으로 세우는 문자는 의미가 있어야 하지만 도통 지면에 내려놓기까지는 의미 없는 댄스나 마찬가지겠다. 그러므로 늘 창문을 보듯이 바깥을 보는 것도 사실이다. 아홉 번 태어난다는 말, 구사일생九死一生으로 구조救助한 마음을 구조構造를 이루기까지 과정은 포동하기 짝이 없다. 개 포며 꾸러미 포에 사로잡은 마음이므로 포던지는 것까지 포마음을 한때 안았으니까 포. 그것을 일으키는 곳 아침처럼 움직임이 일어 동이자 혁명처럼 인 것도 사실이니 동이다. 돌아보고 기른 고양顧養이자 정신이나 기분 따위를 높이 북돋는 것도 고양高揚이다. 전생은 깨어난 지금의 삶을 대변하므로 어떻게 흐를지 암담하기 짝이 없으므로 기대는 안 갖는다. 적어도 다시 태어나지 않을 거라는 건 분명하다. 위로 물론 위태한 길을 대변하는 위로危路이기도 하고 괴로움을 덜어주고 슬픔을 달래는 일도 위로慰勞. 그 방향성은 북을 가리켜 위로다. 북이 없다는 말은 진정 죽음의 의미가 없고 허투루 한 삶에 대한 반성과 자책이다. 이에 더욱 공고히 하며 라면을 끓이고 영원불멸을 논한다. 라면은 민낯을 상징하며 구우일모九牛一毛가 아닌 영원불멸永遠不滅은 그야말로 꿈이다. 마음을 생각한다면 삼순구식三旬九食이 아니라 라면裸面(羅面)을 매일 끓이는 습관은 진정 가져야겠다. 이것이 관념론자觀念論者이며 침대에 젖어 나를 안는 명상이다. 이 길은 또 팔뚝이라 중구난방衆口難防을 이루어도 자유자재의 형식을 갖춘 것으로 온 세상에 걸려 그물의 시작인 것 같아도 그 그물은 또 온 세상을 품은 것도 사실이므로 다만, 살아 있기만을 바라는 마음뿐이며 고요하기 짝이 없는 마음임은 속일 수가 없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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