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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산화서聚散花序* =송재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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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profile_image 崇烏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0건 조회 443회 작성일 24-12-13 20:57

본문

취산화서聚散花序*

=송재학

 

 

    수국 곁에 내가 있고 당신이 왔다 당신의 시선은 수국인 채 나에게 왔다 수국을 사이에 두고 우리는 잠깐 숨죽이는 흑백사진이다 당신과 나는 수국의 그늘을 입에 물었다 정지 화면 동안 수국의 꽃색은 창백하다 왜 수국이 수시로 변하는지 서로 알기에 어슬한 꽃무늬를 얻었다 한 뼘만큼 살이 닿았는데 꽃잎도 사람도 동공마다 물고기 비늘이 얼비쳤다 같은 공기 같은 물속이다

 

 

    *수국의 꽃차례는, 꽃대 끝에 한 개의 꽃이 피고 그 주위 가지 끝에 다시 꽃이 피고 거기서 다시 가지가 갈라져서 그 끝에 꽃이 핀다.

 

   문학과지성 시인선 525 송재학 시집 슬프다 풀 끗혜 이슬 9p

 

   얼띤 드립 한 잔

    모을 취에 흩을 산꽃 화에 차례 서. 물론 이 단어는 시인께서 부연설명을 달아놓았다. 수국은 꽃 이름이지만 하나의 구체로 수국水國으로 보아도 무관하다. 나와 너를 이루는 아니 이루게 하는 공통분모다. 지금 이 시를 읽고 있으니까 시 취산화서는 하나의 수국인 셈이다. 이 수국을 두고 당신과 나는 대결한다고 하면 우스운 일이지만 마주하며 교감하는 것은 분명하다. 이 잠깐을 시인은 흑백사진이라고 묘사한다. 순간 지나가는 찰나이기 때문이다. 나도 수국의 그늘을 입에 물고 있고 시에 든 당신도 수국의 그늘을 입에 물고 있다. 지금 이 순간만큼은 살아 있으니까 꽃색은 창백하다. 아주 잠깐 어슬한 꽃무늬를 얻기도 하고 살이 닿기도 해서 동공마다 물고기 비늘이 얼비쳤다. 물고기는 어를 상징한다. 같은 공기 같은 물속이었다. 정말 아주 잠깐이었지만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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