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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개하고 싶은 시에 간단한 감상평이나 느낌을 함께 올리는 코너입니다 (작품명/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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엉덩이를 빌리다/ 임영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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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profile_image 金富會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0건 조회 713회 작성일 20-07-20 08:24

본문

엉덩이를 빌리다

 

임영석

 

엉덩이가 때로는 손이 될 때가 있다

양 손에 무거운 짐을 들고 유리문을 밀고 나갈 때

발은 땅에손은 무거운 짐에 묶여 있으니

화장실이나 가서 내밀던 엉덩이를 빌린다

그런데 지난 봄매화나무 가지마다

하얀 봉우리를 눈꽃처럼 가득 피어 놓을 때

그때도 엉덩이를 빌려 피웠는지

남쪽으로 뻗은 가지가 더 많은 꽃을 피웠다

아무래도 북쪽의 나뭇가지는 매화나무의

엉덩이였기 때문에 꽃망울을 잡지 않고

봄의 문을 밀고 들어섰던 엉덩이였나 보다

양 손에 꽃망울을 움켜잡았던 매화나무나

짐을 들고 있는 내 모습에서

엉덩이 빌리는 것은 마찬가진데

어찌하여 난 엉덩이에 구린내만 나고

매화나무 엉덩이는 꽃샘추위를 녹여 꽃을 피워내는가

꽃 같은 세상 만들겠다는 매화나무의 굳은 의지가

매화나무 엉덩이에 굳은살이 가득 배겨있으니

앉지도 서지도 않고평생 제 고집의 한 자세로

손과 발을 대신하겠다는 엉덩이의 다짐,

왠지 어정쩡한데 그 자세가 편해 보인다

작자미상의 모든 매화도(梅花圖손과 발을 쓸 수 없어서

그 시절 엉덩이를 들이밀었던 그림 아닐까

 

[시 감상]

 

때때로 불필요하다고 생각했던 것이 정작 필요한 것이라는 것을우연히 발견할 때가 있다세상 모든 것은 모두 쓰임새가 있는 법몸의 한 부분이든 삶의 한 부분이든가장 어울리는 곳에 쓸 줄 안다면 그것을 적재적소라고 한다지금당신은 당신의 어떤 것을 가장 덜 사용하고 있는지힘들고 어려운 시간을 이겨 낼 열쇠가 바로 그것이다요긴한 곳에 엉덩이를 들이밀어야 할 때다. [김부회 시인평론가]

 

임영석 프로필 층남 금산, 1985현대시조 천료 외 다수시집[고래 발자국]외 다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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