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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리의 정면 / 박지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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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profile_image 湖巖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2건 조회 1,072회 작성일 20-01-06 03: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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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리의 정면 / 박지웅


명수우물길에 사는 아낙은

소리에 이불을 덮어씌우고, 한다

그 집 창가에 꽃이 움찔거리면

어쩔 수 없이 행인은

아낙이 놓은 소리의 징검다리를

조심스럽게 건너야 한다

생각지도 않은 오후,

악다물고 움켜쥐다 그만 놓쳐버린

신음과 발소리가 딱 마주친다

아, 서로 붉어진다

소리의 정면이란 이렇게 민밍한 것

먼저 지나가시라

꽃은 알몸으로 창가에 기대고

나는 발소리를 화분처럼 안고

조용히 우물길을 지나간다


* 박지웅 : 1969년 부산출생, 2000년 <문화일보> 신춘문예 시 등단, 2017년 제 19회 

            <천상병시문학상>외 2건 수상, 시집 <빈손가락에나비가앉았다> 다수


< 소 감 >


이불 덮어 쓴 아낙의 간드러짐에 꽃이 움찔하고,

지나가는 행인은 몰래 방귀 뀐 새색시 모양 귀 밑까지 빨개진다


아, 서로 붉어진다

- 소리의 정면이란 이렇게 민망한 것

- 먼저 지나가시라


짜릿한 순간의 비유가 해맑은 해학의 수준을 넘어 능청까지 보이는데, 

죄도 아닌것이 발각되는 순간이 하도 민망스러워 내려다보는 낮달도 얼굴 

가리고 킥킥 웃는 듯 

극히 자연스러운 일인데 왜, 민망스러울까 민족 특유의 얼 이라고나 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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