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밤비는 초록이다 외 1편 / 김미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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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profile_image 湖巖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0건 조회 885회 작성일 20-01-12 04:51

본문

* 밤비는 초록이다 외 1편 / 김미연


밤비는 소리로 내린다

허공이 초록으로 젖는 시간



잠든 나무들은 눈꺼풀이 열리고 귀가 트인다

온몸으로 하늘을 흡입하는 나무들


초록을 껴입고

나무와 나무를 건너다니는

저 빗줄기들은

나이테를 돌고 돌아

나무의 심장으로 가는 길을 알고 있다


어디선가 달려온

어둠의 가지마다 열린다

나직이 땅속에서 응얼거리는

소리는 뿌리를 타고 올라

나무의 키를 늘린다


내게 빗금을 그은 사람도 밤비처럼 다녀갔다


새벽 두 시가 젖는다



* 세발가락나무늘보


꺼꾸로 매달린다

이 번민을, 이 생을 어떻게 비워낼까


저 아래아래 가라앉은 땅이 하늘로 보일 때

빈 허공이 되어간다


해 질 무렵까지 하나의 열매처럼

정물이 되는 것

한 점 티끌로 가기 위한 것


아무리 게으름을 피워도

한 생은 쾌속으로 지나가는데,


물구나무서서

느릿느릿 몸속을 흘러 다니는 그리움을

다 쏟아내면

신선이 되는 것일까


몸에 이끼가 끼어 나뭇입과 뒤섞인다

곡식의 싹과 같은 미소가 드리운다


시력이나 청력은 아무 소용없는 것


나무에 매달려

그냥 무심한 나무가 되고 있다


* 김미연 : 국문학 박사(동국대), <월간문학> 으로 문학평론 당선, 시집

            <절반의 목요일>



< 소 감 >

낭만적 자연의 섭리를 한 줄의 시로 읆어 봅니다


- 저 빗줄기들은 / 나이테를 돌고 돌아

- 나무의 심장으로 가는 길을 알고 있다


- 느릿느릿 몸속을 흘러 다니는 그리움을

- 다 쏟아내면 / 신선이 되는 것일까


내면을 흐르는 두 편 시 이미지가 율격과 리듬이 맞어 

독자의 심상을 고고하게 흐르고 있는데요


허공에 번민을 안고 꺼꾸로 매달린 나무늘보의 모습에서

독자의 아득한 지난날이


빈 허공에 추적추적 나리는 초록빛 밤비 소리에서 

독자의 쓸쓸한 오늘이 형상 되고 있습니다


"밤비가 가장 늦게 사람의 눈을 만나면 가장 이른 눈(雪)이 됩니다 

가장 늦게 공기로 돌아가시는 비가 가장 희미한 그늘로 땅에 스밉니다" *


* 김경주의 시 구운몽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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