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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지와 물고기 / 김경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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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profile_image 湖巖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0건 조회 901회 작성일 19-06-23 05: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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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지와 물고기 / 김경수


애인에게 보낼 편지를 들고 찬 바람에 떨고 있는

한 소심한 사내가 강물 속을 들여다본다

물고기는 물의 치마에 새겨진 문양(文樣)이다

물속 자유민주공화국에서 비로소 자유를 쟁취한

푸른 지느러미가 맑은 소리를 매달고 흔든다.

물고기의 내장을 통해 차가운 소리가 흐를 때

물고기라는 언어는 편해진다.

물고기란 언어가

꼬리지느러미에 힘찬 사유(思惟)를 달고 강물 속에서 유영한다

저녁노을이 산 뒤로 넘어가자

산이 짧은 순간 더욱 선명한 검은색이 되어

언어들이 헤엄치고 있는 강 속으로 뛰어든다.

물을 들여다보면 알 수 있다

흰 꼬리지느러미를 단 시간이 끊임없이 사라지는 것을

파란 수초 같은 현재가 끊임없이 새로운 현재로 바뀌는 것을

물고기는 시간도 흐르는 알갱이라는 것을 보여주는 상징(象徵)이다

사라지는 존재가 사라지는 시간을 하염없이 바라보고

물고기란 언어가 사라지는 인간의 뒷모습을 측은하게 바라본다.

한 소심한 사내가 살고 있는 산속 작은 집 창문을

저녁 7시가 두드린다

애인에게 보낼 편지를 아직 보내지 못하고 있다.

편지가 한 사내의 마음을 읽고

꿈속 우체통으로 스스로 들어간다.


* 김경수 : 1957년 대구 출생, 1993년 <현대시>로 등단, 시집<하얀 욕망이

            눈부시다> 외 다수, 계간 <시와사상> 발행인



< 감 상 >
 

산속 작은 집에 사는 한 소심한 사내는 애인에게 보낼 편지를 들고 강물속을 

들여다본다

물고기가 꼬리를 흔들며 유유히 유영하는 모습에서 상상의 나래를 펴는데,


물고기가 꼬리를 흔들 때마다 치마폭에 새겨지는 한 폭의 문양처럼 언어가 되어

일렁인다


화자의 상상력은 그림을 그려나가듯 생생하게 이미지를 생산 표출하면서

신비한 그 思惟속에는 현실에서는 감히 닿을 수 없는 

물고기 내장 속을 흐르는 바람 같이 해맑은 아름다움, 그리움, 고독과 같은 상징적

정념(情念)들이 듬뿍 깃들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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