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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동안 / 정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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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profile_image 湖巖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0건 조회 1,089회 작성일 19-03-24 05:33

본문

그동안 / 정채원

​빛 한 점 없는 심해로 그가 가라앉는 동안

새까만 등에 밝은 오랜지색 무늬가 선명한 송장벌레는

쥐의 사채를 발견하자마자 꽁무니에서 냄새를 뿜고

0도 가까운 심해로 가라앉는 동안

냄새에 끌려온 암컷과 짝짓기를 한다, 사채 옆에서

바람도 파도도 없는 심해로 가라앉는 동안

깨어난 송장벌레 유층들

부드러운 사채의 살점을 먹고 자라고

분노도 후회도 없는 심해로 가라앉는 동안

수백마리 까마귀가 날아들어

죽은 소의 살점을 완전히 발라내고,

까마귀가 숨겨둔 고깃 덩어리는 코요테가 훔쳐 먹고

눈물도 기억도 없는 심해로 가라앉는 동안

알을 낳으려 죽기 살기

강을 거슬러 오르는 연어를

배부른 곰은 반쯤만 먹다 버리고

드디어 심해 바닥에 가라앉은

그를 향해

돔발상어, 먹장어, 삿갓조개가 몰려들고

우글우글하던 그가 아주 잠잠해지는 동안

100년이 지나는 동안

형형색색 각기 다른 심해에 갇혀 있던 우리가

가만가만 수면으로 떠오르는 동안

* 정채원 : 1951년 서울 출생, 1996년 <문학사상>으로 등단,

              시집 <나의 키로 건너는 강>등 다수

< 감 상 >

​시의 제목이 "그동안" 이다

이 단어는 시간의 흐름, 즉 언제부터 언제까지 길던 짧던 시작에서

끝까지 사이의 시간흐름이다

짧으면 "사이" 길면 "역사" 이다

세상의 천태만상은 모두 이 동안 이루어진다 

화자도 이 동안 일어나는 여러 현상들을 재미있게 나열했는데,

詩속에서 일어나는 현상들은 자연의 섭리(攝理)와 단순한

세상의 연기법칙(緣起法則)일 뿐이다  

같은 세상이라도 인간의 세상의 일은 그렇게 단순하지않다

인간은 理性을 가진 동물이라 자기 생각이나 행위에 意味를 부여하고 

자존심과 채면을 앞세우며 허세를 부리는 경우가 많아서

그 속에서 일어나는 일들은 훨씬 난해하고 복잡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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