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숙희 =여성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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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profile_image 崇烏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0건 조회 564회 작성일 24-11-06 21: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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숙희

=여성민

 

 

    이별한 후에는 뭘 할까 두부를 먹을까 숙희가 말했다

 

    내 방에서 잤고 우리는 많이 사랑했다 신비로움에 대해 말해봐 신비로워서 만질 수 없는 것에 대해 숙희는 말했다

 

    눈이 내렸을까 모르겠다 신비로워서 만질 수 없는 것을 나는 모른다 두부 속에 눈이 멈춘 풍경이 있다고 두부 한 모에 예배당이 하나라고

 

    사랑하면 두부 속에 있는 느낌이야 집에 두부가 없는 아침에 우리는 이별했다

 

    숙희도 두부를 먹었을까 나는 두부를 먹었다

 

    몸 깊은 곳으로

    소복소복 무너지는

 

    이별은 다 두부 같은 이별이었다 예배당 종소리 들으려고

 

    멈춘 풍경이 많았던

    사람이 죽을 때

 

    눈이 몰려가느라 몸이 하얗다면

    죽어서도 두부 속을 걷는 사랑이라면

 

    눈이 가득한 사람아 눈이 멈춘 눈사람 예배당 종소리 퍼지는 지극히 아름다운 눈사람아 그러나 만질 수 없는 것을 나는 모르고

    두부는 생으로 썰어 볶은 김치와 먹어도 좋고

 

    된장 조금 풀어서

 

    끓여내는 이별

 

 

   문학동네시인선 223 여성민 시집 이별의 수비수들 043-044p

 

 

   얼띤 드립 한 잔

    시제 숙희는 자에 대한 동질감으로 비려다 쓴 제목이다. 그러나 숙희는 여자며 내 사랑한 사람이다. 하지만 만질 수 없는 사랑이며 멈춘 풍경만 안겼던 여자 예배당 한복판을 빙빙 돌며 시간 가는 줄 몰랐던 신비로움에 도취하기도 했던 여자다. 이별한 후에는 뭘 할까? 그녀가 떠난다면 나는 곧 죽음이다. 두부처럼 하얗고 두부처럼 물렁물렁한 삶이었다지만 두부처럼 영양가는 있었다. 그렇게 숙희는 그 끝을 바라보고 있다. 내 방에서 잤고 우리는 많이 사랑했다. 이성적으로나 상식적으로나 설명할 수 없는 이치에 관한 이별, 너무나 빛났기에 아름다웠고 그 연못은 잉어가 뛰놀겠지만, 이 순간만큼은 두부였다. 굳음과 죽음에 관해서 얼음과 영원한 안식을 눈에 덮은 숲속이었다. 그러니까 숙희는 모른다. 눈이 내렸을까? 신비로워서 만질 수 없는 것을 나는 모른다. 두부와 예배당은 극을 이룬다. 두부가 네모의 각을 이루고 있다면 그것은 모서리며 원만하지가 않다. 예배당은 교회처럼 정석을 이룬다. 두부가 예배당에 근접하거나 합한다면 이미 이별은 완성되었을 것이다. 그러므로 숙희도 두부를 먹었을까? 생각한다. 나는 두부를 먹었지만 말이다. 이미 숙희의 생각을 꿰뚫고 있는 셈이다. 몸 깊은 곳으로 소복소복 무너지는 이별은 다 두부 같은 이별이었다. 두부 같은 이별은 무엇일까? 두부豆腐, 콩 두에서 머리 두를 생각하며 썩을 부에서 붙을 부를 떠올려 본다. 머릿속 삭지 못하고 여실히 떠도는 여자, 두부와 같다. 그러고 보니 어느 집 개 이름도 두부였다. 예배당 종소리 들으려고, 쌍방울로 보면 백 퍼센트 %. 멈춘 풍경이 많았던 사람이 죽을 때, 눈이 몰려가느라 몸이 하얗다면 죽어서도 두부 속을 걷는 사랑이라면 골목은 온천지 쓰레기로 가득하겠다. 환경미화원은 그것을 뜰채로 건져 올리기까지 하고 다듬고 쓸만한 것은 재활용 구석에 몰아넣어 보기도 한다. 눈이 가득한 사람아 눈이 멈춘 눈사람, 예배당 종소리 퍼지는 지극히 아름다운 눈사람아 그러나 만질 수 없는 것을 나는 모른다. 숙희는 한 철 지나가는 사람이므로 예배당은 변함이 없다. 그러므로 예배당은 시의 고체성을 대변한다. 두부는 생으로 썰어 볶은 김치와 먹어도 좋다. 한마디로 두부김치다. 막걸리 한 사발이면 딱 좋겠다만, 모두 흰색의 표상이다. 맹하다. 갖은양념으로 버무린 맛깔 난 조리에다가 여기에 된장 조금 풀기까지 역시 장맛은 이별에 끝내주는 마침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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