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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개하고 싶은 시에 간단한 감상평이나 느낌을 함께 올리는 코너입니다 (작품명/시인)

가급적 문예지에 발표된 등단작가의 위주로 올려주시기 바랍니다(자작시는 삼가바람) 

12편 이내 올려주시고, 특정인을 홍보하기 위한 수단으로 이용하는 것을 

겨울밤 =강성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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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profile_image 崇烏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0건 조회 480회 작성일 24-11-09 22:42

본문

겨울밤

=강성은

 

 

    물레가 돌아간다 투명한 실들이 흘러나온다 구불구불 빛이 흘러나온다 끝을 모르는 실들이 둥글게 감기고 또 감긴다 물레는 돌아가고 소녀는 비명을 지른다 날카로운 바늘이 통과한 손끝에선 새빨간 핏방울이 뚝뚝 떨어진다 내 몸은 너무 오래 이 자리에 앉아 있었는데 밤을 돌리고 달을 돌리고 죽음을 돌리고 나를 돌려도 창밖은 아직 검고 바람은 성난 개처럼 유리창을 부수네 투명하고 무거운 실들은 내 발목을 칭칭 감고 놓아주지 않네 물레는 돌아가고 소녀는 비명을 지르고 늙은 여인은 노래 부른다 그녀 몸속에는 녹슨 바늘이 수천 개 찢기고 너덜너덜해진 그녀 몸속을 바느질하네 저 무서운 실들은 모두 그녀의 백발이라네 물레는 돌아가고 소녀는 비명을 지르고 늙은 여인은 노래 부르고 창밖에는 눈이 내린다 하얀 머리 위에 또 하얀 머리칼 하얀 눈 위에 또 하얀 눈송이들 어떤 노래는 백년째 불리워지네 어떤 날개는 백년째 만들어도 완성되지 못하네 저 보이지 않는 무서운 실들 좀 봐 밤은 탄식하고 어떤 겨울은 백년째 계속되네

 

 

   창비시선 303 강성은 시집 구두를 신고 잠이 들었다 27p

 

 

   얼띤 드립 한 잔

    시제 겨울밤은 얼은 상태 시의 고체성을 대변한다. 한 줄 한 문장도 쓸 수 없는 미개 상태다. 하필성장下筆成章이라는 말이 있다. 아래에 붓을 대면 문장을 이룬다는 말, 문장을 만드는 솜씨가 빠르다는 말과 같다. 문장文章에서 장은 소리 음과 열 십이 합한 글자다. 열 십은 완벽함을 상징한다. 소리가 완벽하게 이루는 것을 장이라 한다. 一葉障目일엽장목, 나뭇잎 하나가 눈을 가린다는 말, 단편적(斷片的)이고 일시적(一時的)인 현상(現狀)에 미혹(迷惑)되어 전반적(全般的)이고 근본적(根本的)인 문제(問題)를 깨닫지 못함을 이른다. 여기서도 장이 나오는데 언덕 부에 글을 뜻하는 장이 합한 글자다. 글이 언덕에 가리면 가로막음이나 다름없다. 욕개미창欲蓋彌彰이라는 말, 덮으려고 하면 더욱 드러난다. 밝을 드러날 창글을 뜻하는 장에 터럭 삼을 합한 글자다. 글이 터럭처럼 드러나는 일도 근본은 소리다. 피장봉호避獐逢虎 노루를 피하려다 범을 만나다. 작은 해를 피하려다가 도리어 큰 해를 당하고 마는 일, 노루 장동물을 뜻하는 개 견 부수에 글 장이 합한 글자, 그만큼 노루는 영리하다는 말이겠다. 노루처럼 날뛰는 것도 소녀며 터럭처럼 드러난 일도 소녀며 언덕에 가리어 일절 소리 낼 수 없는 것도 소녀인데 나는 왜 자꾸 세울 수 없는 아래에다가 붓을 대며 먹칠을 하면서 노는 것일까? 물레가 돌아가고 밤을 돌리고 달을 돌리고 죽음을 돌리고 창밖은 아직도 환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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