씨감자 / 길상호 > 내가 읽은 시

본문 바로가기
사이트 내 전체검색
시마을 Youtube Channel

내가 읽은 시

  • HOME
  • 문학가 산책
  • 내가 읽은 시

    (운영자 : 네오)

 

소개하고 싶은 시에 간단한 감상평이나 느낌을 함께 올리는 코너입니다 (작품명/시인)

가급적 문예지에 발표된 등단작가의 위주로 올려주시기 바랍니다(자작시는 삼가바람) 

12편 이내 올려주시고, 특정인을 홍보하기 위한 수단으로 이용하는 것을 

씨감자 / 길상호

페이지 정보

작성자 profile_image 鵲巢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0건 조회 929회 작성일 18-09-03 23:31

본문

씨감자 / 길상호

 

 

 

 

     *

     숨소리가 끊기고

     이불 밖으로 삐져나온 손가락마다

     검푸른 싹이 돋아 있었다

 

     장의사는 공평하게 당신을 쪼개서

     가족들에게 하나씩 건네주었다

 

     *

     명치에 묻어둔 한 조각 당신이 꽃을 피워 올릴 때마다

     꺾고 또 꺾고

 

     *

     당신의 무덤을 짓고 난 후로

     두 눈은

     소금으로 만든 알약

 

     사는 게 밋밋해질 때마다 깨뜨려 찍어먹는

 

     *

     검버섯이 번지던 한쪽 볼을,

     파랗게 멍이 든 무릎을,

     딱딱하게 굳어가던 뒤꿈치를,

     오늘도 썩은 감자처럼 당신을 도려내다 보니

     남은 새벽이 얼마 되지 않았다

 

 

 

鵲巢感想文

     필자는 감자를 좋아하지만, 감자를 자주 심어보지는 못했다. 소싯적에 아버지께서 씨감자를 밭에다가 심는 것을 보았지만 말이다. 그 후 싹이 트고 지심을 뽑고 약과 비료를 주며 길렀다. 감자를 캘 때 주렁주렁 달린 물건을 보면 그냥 좋았다. 굵고 실한 것을 보면 좀 더 단단했으면 하고 마음을 가져 본 적 있다. 아버지는 수확의 보람을 만끽하셨다.

     숨소리가 끊기고 이불 밖으로 삐져나온 손가락마다 검푸른 싹이 돋아 있었다. 장의사는 공평하게 당신을 쪼개서 가족들에게 하나씩 건네주었다.

     감자처럼 세상에 나와 알곡이 되어야 함을 아버지는 그렇게 묵묵히 몸으로 보여주셨다. 누런 씨감자는 누렇게 허연 씨감자는 허옇게 그러나, 근본을 깨뜨리기에는 어려웠다. 세상은 어쩌면 땅 속과 같다. 혼자 썩어 들어가다 싹을 틔우고 꽃을 피우며 뿌리는 더욱 단단하게 새로운 무덤을 짓는다.

     사는 게 밋밋해질 때마다 열어보고 깨뜨려보고 약간 돌려서 찍어먹는 재미까지 어쩌면 고독을 잠재우는 일이다. 그렇게 검버섯을 피웠다. 파랗게 멍이 든 무릎을 본다. 딱딱하게 굳어가는 뒤꿈치처럼 점점 굳어가는 것을 보면 가판대가 그리 멀지 않았음을 생각한다.

     그러나 명치에 묻어둔 한 조각 당신이 꽃을 피워 올릴 때마다 꺾고 또 꺾었다. 알고 있는 일일수록 더욱 명치에 가둬야 한다는 말이 있다. 말과 행동에 신중을 기해야 함을 비유적으로 이르는 말이다. 두 눈으로 보는 것만으로 세상을 얘기할 수는 없다. , 바람, 구름, 안개와 같은 여러 일을 겪고 발굽과 날개를 거치며 소금 끼 어린 진실만이 굵고 실한 열매를 얻을 수 있다는 것을 몸소 보여주셨다.

     虧盈益謙*이라 했다. 하늘은 오만한 자를 이지러지게 하고 겸손한 자를 도와준다는 말이다. 아버지는 세상을 그렇게 묵묵히 도리에 어긋나지 않게 사물을 보았다. 어떤 일도 겸손하게 이겨내셨다.

     詩 씨감자를 본다. 감자처럼 단단한 이 한 편의 에 꼭 내가 장의사가 된 듯한, 기분이다.

 

===========================

     길상호 2001년 한국일보 신춘문예 등단

     天道 虧盈而益謙 地道 變盈而流謙 易經 하늘의 도는 오만한 자를 이지러지게 하고 겸손한 자를 도와주며, 땅의 도는 가득 찬 것을 변하게 하여 겸손한 데로 흐르게 한다.

 

댓글목록

등록된 댓글이 없습니다.

Total 5,011건 73 페이지
내가 읽은 시 목록
번호 제목 글쓴이 조회 날짜
1411 湖巖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932 10-11
1410 鵲巢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178 10-10
1409 鵲巢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029 10-08
1408 金離律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426 10-08
1407 湖巖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488 10-08
1406 湖巖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315 10-05
1405 鵲巢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231 10-03
1404 鵲巢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059 10-03
1403 鵲巢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052 10-02
1402 湖巖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074 10-02
1401 鵲巢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054 10-01
1400 金離律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587 10-01
1399 湖巖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004 09-30
1398 金離律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982 09-27
1397 湖巖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126 09-27
1396 鵲巢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795 09-26
1395 鵲巢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298 09-25
1394 湖巖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129 09-24
1393 鵲巢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978 09-24
1392 鵲巢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103 09-22
1391 湖巖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318 09-20
1390 鵲巢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081 09-18
1389 鵲巢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063 09-18
1388
추석/ 유용주 댓글+ 1
金離律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026 09-17
1387 湖巖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093 09-17
1386 鵲巢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982 09-17
1385 강북수유리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889 09-15
1384 湖巖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085 09-14
1383 鵲巢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302 09-13
1382 鵲巢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411 09-13
1381 鵲巢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005 09-12
1380 鵲巢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198 09-11
1379 湖巖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057 09-11
1378 鵲巢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082 09-10
1377 金離律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830 09-10
1376 강북수유리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107 09-10
1375 鵲巢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991 09-09
1374 湖巖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459 09-09
1373 鵲巢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240 09-08
1372 湖巖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431 09-07
1371 鵲巢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040 09-06
1370 鵲巢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056 09-06
1369 강북수유리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010 09-05
1368 安熙善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807 09-04
1367 鵲巢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929 09-04
1366 湖巖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940 09-04
열람중 鵲巢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930 09-03
1364 金離律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805 09-03
1363 鵲巢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029 09-02
1362 鵲巢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993 09-01
게시물 검색

 


  • 시와 그리움이 있는 마을
  • (07328) 서울시 영등포구 여의나루로 60 여의도우체국 사서함 645호
  • 관리자이메일 feelpoem@gmail.com
Copyright by FEELPOEM 2001.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