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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개하고 싶은 시에 간단한 감상평이나 느낌을 함께 올리는 코너입니다 (작품명/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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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유소 / 윤성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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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profile_image 강북수유리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0건 조회 1,106회 작성일 18-09-10 08:51

본문

 

주유소


윤성택

 


단풍나무 그늘이 소인처럼 찍힌
주유소가 있다 기다림의 끝,
새끼손가락 걸 듯 주유기가 투입구에 걸린다
행간에 서서히 차오르는 숫자들
어느 먼 곳까지 나를 약속해줄까
주유원이 건네준 볼펜과 계산서를 받으며
연애편지를 떠올리는 것은
서명이 아름다웠던 시절
끝내 부치지 못했던 편지 때문만은 아니다
함부로 불 질렀던 청춘은
라이터 없이도 불안했거나 불온했으므로
돌이켜보면 사랑도 휘발성이었던 것,
그래서 오색의 만국기가 펄럭이는 이곳은
먼 길을 떠나야 하는
항공우편봉투 네 귀퉁이처럼 쓸쓸하다
초행길을 가다가 주유소가 나타나기를
기다려본 사람은 안다 여전히
그리운 것들은 모두 우회로에 있다
 

 


 ㅡ시집『리트머스』(문학동네, 2006)

 

 

  그리운 것들은 우회로에 있다고 한다. 그렇다. 그리움은 직선에 있지 아니하고 곡선에 있다직선인 삶에는 그리움이 존재하지 않는다. 에둘러 가는 길, 굽이 돌아드는 강물에 그리움이 스며있고 골목길 꺾어드는 모퉁이에 그리움이 숨어 있다. 보이지 않는 비탈길 뒷길에 그리움이 있고 잘못 든 길에서 그리움은 불안의 또아리를 틀고 있다. 구절양장 울퉁불퉁 구불구불한 길이 아닌 반듯한 길에서 어떤 그리움이 생기겠는가.


   그리운 것은 산 너머에 있고 강기슭에 있으며 미지의 세계에 있고 모르는 곳에 있으며 낯선 곳에 그리움은 존재를 한다. 편안한 곳에서는 그리움이 생기지 않는다. 그리움은 불안한 곳에 서식하며 불편한 곳에 뿌리를 내린다. 그리움이 그립다면 흐놀다 동경하며 먼 곳을 헤매볼 일이다. 두름길 낯선 곳을 찾아가 불안을 견디어 볼일이다. 몸과 마음이 불편한 곳을 찾아 발을 헛디뎌 상충의 그리움을 만나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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