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총 알 / 최금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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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profile_image 湖巖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0건 조회 1,179회 작성일 18-06-27 04: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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총 알 / 최금진

 

이것은 숨결의 끝부분

당신은 성에가 화산의 불구덩이에 끼는 순간을 경험한다

사랑이 아니었다면 무엇이 우리를 통증 속에 나뒹굴게 할까

 

아킬레스가 거북이를 따라잡을 수 없다는 논리가 가능하다면

아주 천천히 죽어가는 시간을 즐기는 것만이

뒤집힌 채 버둥대는 벌레들의 권리겠지

 

지나간 것은 과거만이 아니다, 오지 않은 미래도 과녁 속에 갇힌 채

산산이 부서질 육체의 파편을 꿈꾼다

그리고 통증은

타앙, 타앙, 떨어져나간 얼굴위의 총성처럼 한참 후에나 당도할 것이다

 

내가 너를 본다, 네가 나를 본다, 아주 짧은 찰나

아프지 않은 한 순간이 영원처럼 느리게 지나가는 것을 붙잡기 위해

우리는 더 빨리 서로의 몸에 날아가 박힌 것이다

 

이것은 속도의 성기

있었다는 것의 흔적, 구멍, 죽음, 만개한 내장과 피범벅

네가 지금, 나를 뚫고 지나가고 있다

 

* 최금진 : 1970년 충북 제천 출생, 2001년 <창비> 로 등단 시집

<새들의 역사>외 다수, 산문집 <나무 위에 새긴 이름>등

 

# 감상

화자의 탁월한 언어운영 능력이 부럽기만 하다, 기발한 발상, 과감한 돌진,

번개 치듯 빠른 총알이 불러일으키는 화끈한 속성이 너와 나의 삶 속을 마구

휘젓고 다닌다

엘레아학파 제논의 역설(아킬레우스는 아무리 빨라도 거북이를 따라잡을 수

없다)도 보인다

사랑이 지나간 아픈 흔적이 총알이 지나간 후의 늦은 고통처럼 가슴에 박히고 

상상력으로만 연결 가능한 비유들이 총알처럼 활달하게 연결되고 있다

- 이것은 속도의 성기

- 있었다는 것의 흔적, 구멍 죽음, 만개한 내장과 피범벅

- 네가 지금 나를 뚫고 지나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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