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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과나무에게 묻다 / 김규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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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profile_image 湖巖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0건 조회 1,365회 작성일 18-04-06 04:17

본문

사과나무에게 묻다 / 김규진

 

사과나무여

너에게 영혼이 있는가?

네 영혼은 너의 사과를 어떻게 붉게 만드는가?

 

오가는 길옆에 사과나무가 있어

언제나 나는 물었다,

아침의 안개로

비틀거리는 저녀의 발걸음으로

 

사과나무여

너에게는 뛰쳐나가야 할 출근도

안고 돌아야 할 지페도 필요 없겠지만

너에게도 견뎌야 할 무엇이 있어

새들의 둥지를 두드리거나

바람의 팔을 붙들고 울기도 하는가?

 

지쳐 등을 기댈 때마다 너는

수천의 잎사귀를 헤집어

달빛 새긴 잎사귀 두어 개를 떨어뜨리지만

네가 새겨놓은 말들은 너무 깊숙해

나는 읽을 수 없다,

 

어떤 슬픔으로도 그려낼 수 없을 것 같은

연분홍 꽃무리

그저 눈부시기만 한데

사과나무여

너도 스스로에게 묻기도 하는가?

그곳에 네가 왜 서 있는지

왜 사과를 만드는지

누가 너의 사과를 가져가는지

 

네가 온종일 바람 속에 있는 것처럼

나 역시 바람 속에 있다,

비틀거림으로 거센 바람 속을 더듬어 갈 때

사과나무여

너도 때로

나에게 묻기도 하는가?

 

나에게도 영혼이 있는지

내 영혼은 나의 사과를 어떻게 붉게 만드는지

 

* 김규진 : 1959년 전북 정읍 출생, 2000년 <문화일보> 신춘문예 당선

 

# 감상

   화자와 사과나무는 출발은 각각 했으나 이리 돌고 저리 돌고

   동병상련의 심정으로 즐거움과 괴로움을 같이 하면서 독백의

   형태로, 의문문의 형식으로 길항 하는데, 결국은 초록은 동색

   物我一體, 하나인 것을!

   - 나에게도 영혼이 있는지

   - 내 영혼은 나의 사과를 어떻게 붉게 만드는지

 

   시장 좌판대 위에 이제 막 시집 와

   싱글벙글 웃고 있는 새색시들 틈에서

 

   오늘도 나는 찾고 있지요

 

   어린 시절 가을 운동회 날

   운동장 모서리 버드나무 아래서

   어머니 건네주신

   빨간 그리움을,

                       - 졸작 <사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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