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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련을 읽는 순서 / 이경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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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profile_image 湖巖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2건 조회 1,594회 작성일 17-11-21 03:17

본문

목련을 읽는 순서 / 이경교

 

애야, 나는 목련을 만났지만 그릴 수가 없단다 목련은 텅 빈

 

이름이 아니라 언덕의 영역에 속하므로, 그보다 더 먼 높이거나

 

쓸쓸한 그릇의 일부이므로 나는 목련을 썼다가 지우고, 그 빈터에

 

도랑을 파기로 했단다 목련의 몸에서 여울물 소리가 들리는 건

 

목련의 고향이 강물이기 때문이란다 네 몸에서도 악기 소리가 날

 

때, 그 때쯤 네 안에서도 목련이 자라나겠지

 

애야, 목련은 어디에나 있으나 어디에도 없단다 화사한 눈빛으로

 

제 안의 비밀을 토해내지만, 그 때 목련은 죽음의 발치에 다가선

 

것이므로, 잊어야 한다 목련은 이제 뜯겨진 명부(名簿), 네가

 

뒷골목에서 어둠을 두 눈으로 담을 때, 너는 이미 목련을 익히기

 

시작한 거란다 이름을 보는 대신, 너는 꽃그늘이 되어

 

너 지워진 자리만 하얗게 남겨진 거란다

 

* 이경교 : 1958년 충남 서산 출생, 1986년 <월간문학>신인상,

               시집<꽃이 피는 이유>등 다수

 

# 감상

   무어라 말 할 수는 없지만 먼 옛날부터 마음속 깊이 박혀있는 情念이

   어렴풋 찾아왔다 슬그머니 떠나버린 듯,

   그 정념에 시달려 네 몸이 탱글탱글 익어갈 때쯤

   가까우면서도 먼 마치 이세상에는 없는 연인, 아니면 잊지못할 서정

   네가 오를 수 없는 곳, 해탈인지 피안의 땅인지 허우적 허우적 두 손으로

   잡으려 하지만 저 만치서 하얗게 자리만 남아있는,

  

     

댓글목록

童心初박찬일님의 댓글

profile_image 童心初박찬일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인생의 무언가를 쓰다가 도랑을 파기 일 수 인 때,
그 때마다 들리는 여울물소리.
강물을 넘어서지 못한 서툼에서 겨우 벗어나 다시,여울을 파고 여울이 강물과 만나고 그 강물을 넘어서며  궁극의 도달할 곳은 목련
「우리의 몸에서 악기의 소리가 날 때서야
세상은 그제서야 우리의 소리를 듣기 시작한다.」는 명부(命簿) 에 도달할 무렵에야 깨닫는 목련의 도(道)
시인이 나즉히 들려주는 이야기에 생각에 잠기다 갑니다. 감사합니다.(__)

湖巖님의 댓글

profile_image 湖巖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목련의 道, 참 좋은 말씀입니다
목련이 피듯 그렇게 조곤조곤 살아보자는 말씀이 아닐까요,
들려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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