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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개하고 싶은 시에 간단한 감상평이나 느낌을 함께 올리는 코너입니다 (작품명/시인)

가급적 문예지에 발표된 등단작가의 위주로 올려주시기 바랍니다(자작시는 삼가바람) 

12편 이내 올려주시고, 특정인을 홍보하기 위한 수단으로 이용하는 것을 

난파선 =김상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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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profile_image 崇烏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0건 조회 513회 작성일 24-10-31 21:01

본문

난파선

=김상미

 

 

    그와 내가 닮은 점은

    부서지고 가라앉으면서도

    서로를 열렬히 원한다는 점이다

 

    사랑을 가지고도 아무 일도 하지 못할 때

    나약한 인간들은 자신을 거세하고

    사랑의 통증이 헌신적으로 심신을 좀먹는 걸

    그냥 두고 즐기지만

 

    세상엔 아무리 더럽히려 해도

    더럽혀지지 않는 게 있다

 

    그것은 많은 배들이 바다 밑으로 가라앉으면서도

    바다를 결코 원망하지 않는 것과 같다

 

    그와 내가 닮은 점도 그런 것이다

 

    끝없이 가라앉고 부서지면서도

    서로를 열렬히 원한다는 것

 

 

   문학동네시인선 183 김상미 시집 갈수록 자연이 되어가는 여자 071p



   얼띤 드립 한 잔

    아직은 살아 있으니까, 어렴풋이 그려보는 그녀를 벌써 헤어지자고 하면 그녀의 계획에 차질이 생기겠지. 그녀의 미래에 관한 결정이 어떤 것인지는 잘 모르지 않는가! 아니 아예 모른다고 해두는 게 낫겠지. 그렇다고 바로 이사한다고 집주인에게 알릴 필요까지는 없었어. 다음은 눈빛이야, 어디에 안착할지 분명히 빠져나간 것 같은데 오히려 더 무거운 느낌을 받고 있을 때 나는 전원생활을 그리며 누워 있기만 했어. 반년이라는 세월이 흐르고 여전히 시골길 거닐며 바라본 버드나무 가지 하나, 뚝 꺾어 습작하듯 땅바닥에 앉아 흙을 나르는 개미만 애꿎게 죽였으니까. 그러고도 네가 인간이냐? 아무것도 쓸모없는 비관주의자, 오로지 살고 싶다는 생각으로 저 내리는 비만 바라보았을 뿐이지. 해방이라고 웃기지 마! 네가 어디를 가든 갇혀 있는 곳은 단 이곳 지구뿐이라는 것도 잘 알잖아, 더는 요구하지 말고 그렇다고 물러서지는 마라, 기강이 해이한 건 너야 하루살이 아니 순간 틈이 생겨 눈앞에서 사라질 수만 있다면 가슴을 풀고 술 한 잔 따랐을 거야. 게다가 감당할 수 없이 들쑥날쑥한 치마와 저고리에 국방색이라니 그래 마지막 노력은 있어야겠지. 시간이 지날수록 더욱 깊게 미로에 빠져 조용하고 사려 깊은 소년으로 있고 싶지는 않으니까. 문 열면 나 왔어.’ 하고 소리 지르면 예에 하고 대답하지 말고 눈 헬 가이 부릅뜨고 그냥 소리 질러 얼마 전에 함께 한 수미도 그랬잖아. 예이 미친년 지랄 염병한다고. 바다를 몇 점 집었다고 혀가 녹겠느냐는 말이지. 어울려 씹다 보면 모두 다 거기서 그야 사랑 웃기지 마! 끝없이 부딪치고 끝없이 세우는 일밖엔 없어 서로 열렬히 원한다는 것 다 망령일 뿐이라고 이만 줄이자 나 자야겠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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