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들소를 추억하다 / 조동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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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profile_image 湖巖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0건 조회 1,545회 작성일 17-11-16 02:24

본문

들소를 추억하다 / 조동범

 

골목길 귀퉁이에

자동차 한 대 버려져 있다

앙상하게 바람을 맞고 있는 자동차는

아직도 보아야 할 무엇이 남아 있는지

죽어서도 눈 감지 못하고

골목길 너머를 바라보고 있다

쓸쓸하게 죽음을 맞이한 초식동물처럼

뼈대만 앙상한 자동차

자동차는 무리지어 이동하는

초원의 들소 떼와

무리에서 떨어져나온 한 마리

늙은 들소를 추억하고 있다

하염없이 초원의 저편을 바라보는 들소는

천천히 죽음을 맞이하고 있다

들소의 눈은 죽음과 맞닥뜨리면서

지평선 너머로 사라진 무리의 흔적을 좇는다

골목길 귀퉁이에 버려진 낡은 자동차는

초원의 늙은 들소처럼 골목길 너머,

고요하고 평화로운 골목길

눈 감지 못한 죽음이 애처롭게

그 너머를 바라보는,

고요한 속도의 뒤편

 

 

# 감상


   도로 위를 무섭게 질주하는 자동차 무리가 초원을 마구 달리는

   들소 떼와 겹친다

   타이어가 타들어거도록 달리는 엔진 소리가 헐떡이며 초원을

   내달리는 들소 떼의 숨소리로 연상 된다

   그렇게 힘차던 자동차 한 대 병들고 늙어 무리에서 떨어져 어느

   골목 귀퉁이에 버려져 왕성했던 옛 시절을 추억하고 있는데,

   해지는 지평선 너머 멀리 달려가고 있는 들소 떼를 바라보면서

   당당했던 초원의 젊은 시절을 잊지 못하는 늙은 들소처럼 초췌

   해진 두 눈만을 껌뻑이고 있다

   헐떡이며 힘들게 달려왔다, 

   아득히 보이는 저 곳 초롱초롱 얼마나 달려갈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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