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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코니가 있는 금요일 / 이선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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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profile_image 湖巖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0건 조회 1,804회 작성일 17-08-31 06:06

본문

발코니가 있는 금요일 / 이선이

 

거미줄이 금요일을 타고 내려옵니다

당신은 거미줄로 테이블보를 짜서 낡은 탁자를 덮습니다

시간은 둔중한 철제의자를 당신 겉에다 가져 놓으며

혀끝에 감추어둔 떫은 입맛을 찻물에 녹입니다

다소곳이 앉아 찻잔을 들어 올리는 손등 너머로

저녁 일곱 시의 가을이 오고

느린 걸음으로 골목을 돌아가는 아홉 시가 보입니다

피로에 지쳐 굽어버린 골목을 보며 안쓰러워하며

감나무는 야윈 가슴에서 설익은 감을 꺼내 천천히 씹고 있네요

목덜미를 간질이는 바람을 걷어내느라 당신은 손을 높이 들어올려

손사례를 쳐댑니다

어둠이 출렁이고 은빛 거미줄이 자꾸 쏟아집니다

 

발코니는 밤이 준비해 둔 가장 오래된 소파

하지만 당신이 위태롭게 걸터앉은 아득한 난간이어서

 

당신은 거미줄을 엮어 허공에 사다리를 얹습니다

바람은 테이블보에 얼굴을 감싼 채 몸을 솟구쳐 사다리에 오르네요

뒤이어 모서리 패인 탁자가 발코니를 떠납니다

다리가 야윈 철제의자도 미련 없이 지상을 탈출합니다

씹고 있던 감을 골목을 향해 던져 버리고 감나무도 허공에 발을 올리네요

사다리를 부여잡느라 가을은 손목이 야위고

달은 가슴이 부풀어 오릅니다

 

금요일은 노동이 준비해 둔 포근한 침대

하지만 당신이 녹초가 되어 흘러드는 아픈 잠이어서

 

밤은 서서히 가라앉고

골목은 마지막 탈출을 감행합니다

 

발코니는 왕거미처럼 허공에 매달려 있고

금요일은 거미줄을 타고 한없이 기어오르고

 

* 이선이 : 1967년 경남 진양 출생, 1991년 <문학사상> 으로 등단

               시집 <서서우는 마음> 평론집 <생명과 서정> 등

 

# 감상

   物我가 일치 된 아름다운 저녁 한때의 풍경이다

   화자는 금요일 저녁 발코니에 걸터 앉아 주변 풍경을 바라보면서 감상에 젖는다

   조용히 저물어가는 풍경의 모습을 능동이나 수동태를 써서(감정이입) 묘사하는데

   풍경들이 살아서 움직이는것 같다

   풍경의 흐름이 화자의 의지에 편승하면서 아름다운 서정이 풍경과 화자의 심상을

   마음대로 드나든다, 친근감이 있으면서도 어떤 다른나라에 와 있는듯 하다

   밤이 익어가면서 감나무의 모습은 서서히 어둠에 파묻히고 둥근달이 떠오른다

   발코니는 왕거미처럼 허공에 매달리고, 시의 장르가 아니면 도저히 맛볼 수 없는

   아름다운 풍경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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