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풍선이 날아오르는 동안 / 한세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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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profile_image 鵲巢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0건 조회 1,977회 작성일 17-05-24 23: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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풍선이 날아오르는 동안 / 한세정




    텅 빈 시소가 문득 한쪽으로 기울어질 때
    손에서 빠져나간 풍선은 하늘을 날아오르지

    웅덩이에 고인 육중한 윤곽을 들여다보며
    화면 속 코끼리가 마지막 눈꺼풀을 닫을 때
    어린 코뿔소가 웅덩이를 빠져나온다
    코뿔소의 뿔이 태양을 찌르는 사바나의 오후

    키 작은 처녀가 퍼렇게 싹이 난 감자를 삶아 먹고
    문고리에 줄을 묶고 생사(生死)의 거리를 가늠하는 동안
    햇빛 무섭게 쏟아내는 파란 웅덩이 속으로
    풍선은 깃털보다 가볍게 투신하지

    초원을 달리던 얼룩말 떼가 감쪽같이 사라진 사바나
    사자의 이글거리는 눈동자가 수풀 속으로 돌진한다
    무거운 몸통을 힘껏 날려 허공의 점이 되는
    사나운 것만이 지닐 수 있는 저 유연하고 가장 가벼운 자세,



鵲巢感想文
    詩에 애착을 갖고 시 쓰는 행위는 무엇에 집착한 마음은 금물이다. 그래서 손현숙 시인의 시 ‘블랙커피’에서 ‘나는 배고프면 먹고 아프면 아이처럼 울어요 말할 때 한 자락씩 깔지 마세요 글쎄, 혹은 봐서, 라는 말 지겨워요 당신은 몸에 걸치는 슬립처럼 가벼워야 해요’라고 했다. 이 말은 곧 시는 아이처럼 동심을 지녀야 하고 어떤 가식적인 언행은 삼가야 하며 몸에 걸치는 슬립처럼 가벼워야 읽을 수 있으며 쓸 수도 있다는 얘기다.
    텅 빈 시소가 문득 한쪽으로 기우는 것은 멍에 같은 어떤 짐을 내려놓는 것으로 이미 마음에 두었던 일이 공중분해 한 것을 묘사한다. 그것은 손에서 빠져나간 풍선처럼 하늘 높이 날아가는 것과 같다.
    詩 2연에서 보는 코끼리와 코뿔소는 대조적이다. 코끼리가 굳은 세계를 대변한다면 코뿔소는 변이된 세상을 표현한다. 똑같은 웅덩이다. 이는 시문학의 본질을 얘기하는 것이며 육중한 윤곽이 시 접근이라면 마지막 눈꺼풀은 시 인식의 결과다. 코뿔소의 뿔이 태양을 찌른다는 말은 작가가 생각한 어떤 목적지에 도달했음을 표현한 것이다.
    詩人은 사바나의 오후로 마음을 대변했다. 사바나의 오후처럼 이국적 표현도 없을 것이다. 시는 모두 이국적 색채가 강한 것도 사실이기 때문이다.
    파랗게 싹이 난 감자를 삶아 먹는 행위와 문고리에 줄을 묶고 생사(生死)의 거리를 가늠하는 것은 시의 고체화에 한 걸음 더 다가서는 시적 묘사다. 햇빛 무섭게 쏟아내는 파란 웅덩이는 詩 생산의 무지갯빛 신호다. 詩는 결국 풍선이 깃털보다 가볍게 투신하듯 그렇게 쓰이게 된다.
    초원을 달리던 얼룩말 떼가 감쪽같이 사라진 사바나, 사바나와 같은 건기가 뚜렷한 초원은 무엇인가? 단지 이국적 색채로 얼버무리고 말 것은 아니다. 한때는 얼룩말이 뛰어놀던 사바나였기 때문이다. 시인, 그리고 시인의 단절된 이상과 그 이해의 산을 넘어 진정 사자의 이글거리는 눈동자로 수풀로 돌진하는 것은 시 쓰는 행위의 묘사로도 볼 수 있음이다. 허공 같은 우리의 급소에 한 점 무거운 몸통처럼 지닐 수 있는 詩, 세상을 맹렬히 바라볼 수 있고 용감 무상하게 지닐 수 있는 맹독 같은 한 편의 詩는 탄생한 것이 된다.

    詩는 동심이 묻어 있으면 좋다. 동심을 우려내는 것은 자연의 소재를 이용하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다. 특히 詩人 송찬호 선생은 자연의 소재를 다분히 애용하는 詩人 중 한 분이다. 냉이꽃이라든가 목화나 목련, 고래 혹은 고래의 허밍까지도 詩 문장에 적절히 사용한다면 읽는 이는 많은 상상력을 유발하게 한다.
    詩人 한세정 님의 시 ‘풍선이 날아오르는 동안’도 마찬가지다. 풍선이 무엇을 비유했는지 상상만 해도 기분이 상향되는 사람이 있을 것이고 동심 어린 마음으로 푸른 하늘 그리는 사람도 있기 때문이다. 여기다가 웅덩이와 코끼리까지 거기다가 코뿔소는 말할 것도 없으며 생사를 넘나드는 감자 싹과 허공 그리고 수풀은 그야말로 허공을 꿰차는 가벼운 자세임은 틀림없다.
    도궁비현圖窮匕見이라는 말이 있다. 지도를 펼치자 비수가 나타났다는 얘기로 진시황제를 시해하기 위한 형가의 음모가 있었다. 형가의 계획은 뜻대로 되지는 않았지만, 책을 펼치자 시가 보이는 나이가 따로 있을까만, 시력을 키우는 것은 역시 시집을 읽는 것만큼 더 좋은 방법은 없다. 글이 되었든 그렇지 않든 문장은 이루어야 함도 명심하자. 주어 동사는 있어야 한다는 얘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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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세정 1978년 서울에서 태어났다. 2008년 ‘현대문학’에 ‘태양의 과녁’ 외 4편의 시를 발표하며 등단했다.
    시집 ‘입술의 문자’
    도궁비현圖窮匕見은 일이 탄로 났다는 비유로 많이 써는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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