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받아들여야 하는 슬픔 / 최승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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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profile_image 湖巖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0건 조회 1,850회 작성일 17-04-26 06: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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받아들여야 하는 슬픔 / 최승호

함박눈 펼펄 내리는 날 정육점 앞에
비닐옷 입은 지구인이 나타난다
냉동차 뒷문이 활짝 열리고 거기 도살된
대가리 없는 살덩어리들이
내장을 긁어낸 길짐승들이
지구인의 어깨에 척 걸려서 정육점 안으로 들어간다
함박눈에 핏방울은 뿌려지고
나도 먹고 사는 사람인지라
이제는 저 살고기들을 지구인을 위힌 싱싱한 음식으로
백정을 제사장으로
함박눈을 성서로운 꽃으로
받아 들여 보기로 한다
끔찍한 슬픔 뒤에
풍성한 기쁨이 늘 내리는 것은 아니지만
진누깨비도 있고
우박도 있고
함박웃음 웃는 날도 있을 거라고
그 변덕스러운 길을
하늘을 탓하지 않으리라 중얼대면서
두 번 죽지 않는 그 날까지
걸어가 보기로 한다

# 감상
  - 대가리 없는 살덩어리들이
  - 내장을 긁어낸 길짐승들이
 
  사람이라는 짐승이 같은 짐승을 이렇게 참혹하게 죽여서
  대가리 잘라내고, 내장 긁어내고
  - 나도 먹고 사는 사람인지라
  하면서 아무런 죄책감 없이 아주 당연하디는 듯, 참혹함을
  저지르는 족속, 화자도 그런 족속으로 사는 사람이라는 사
  실을 슬픔이라며 어쩔 수 없이 받아들여야 한다는 것인데,
  짐승으로서 짐승을 잡아먹는다는 최책감에 대한 일말의 양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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