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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은 돌 앞에서 / 채호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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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profile_image 湖巖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0건 조회 1,887회 작성일 17-04-30 05:45

본문

검은 돌 앞에서 / 채호기

겨울 답게 눈이 내리고 있다,
몇 송이는 바닥에 가볍게 흩날리며.....

눈이 내리고 있다,
검은 돌의 화면에 희게 긁힌 자국을 내면서...

어찌할 수 없는 멀건 눈으로
나는 바라본다
완고하게 닫힌 돌을 안타깝게
노크하는 눈송이들

불 꺼진 창 그 안의 어둠같이
퀭한 눈으로 입을 다물고 있는

어둠 속에 무슨 단서라도 있는 듯
어떤 대답이 들어 있는 듯,,,

검은 돌 앞에서 나는 불꺼진
내 마음의 어둠을 뒤적거려 본다,

눈이 내린다,
낡은 니트에서 떨어져 나온
보푸라기 같은 것들이 바닥을 굴러 다니는데,
검은 돌을 두드리는 다급한 눈들은 금세 사라진다,

나는 내 마음의 어둠 속으로 손을 집어넣어
손끝에 걸리는 대답들을 안타깝게 기다려 본다,

* 채호기 : 1957년 대구출생, 1988년 <창작과 비평>으로 등단
              김수영 문학상 수상등

# 감상
  검고 딱딱한 돌과 그 위에 내리는 눈과의 입체성에서 어떤 진리가  있는듯,
  이런 심상이 나의 어두운 마음 속으로도 전이 되고 있는데,
  눈은 내리면서 굳게 닫힌 돌 속을 자꾸 두드려 보지만 도무지 열리지 않는다
  마치 알 수 없는 어두운 내 마음 속을 헤매듯,

  - 저 검은 돌 같이 캄캄한 내 마음 속에 손을 집어 넣어 더듬어 본다
  - 억새꽃 하얗게 핀 고향마을 언덕을 순이하고 뛰놀던 그 옛날이 곱게 잠자고 있다
  - 반가운 마음에 와락 덮쳐 보지만 순이는 저만치서 웃으며 손만 흔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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