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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난하다는 것은 /이상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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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profile_image 소낭그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0건 조회 1,851회 작성일 17-05-07 13:11

본문

*가난하다는 것은 /이상국


- 세사 어머이를 이렇게 패는 눔이 어딨너

- 돈 내놔, 나가면 될 거 아냐

연탄재 아무렇게나 버려진 좁은 골목 담벼락에다
아들이 어머니를 자꾸 밀어붙인다

- 차라리 날 잡아먹어라 이눔아

누가 아들을 떼어내다가 연탄재 위에 쓰러뜨렸는데
어머니가 얼른 그 머리를 감싸안았습니다

가난하다는 것은 높다라는 뜻입니다

(어느 농사꾼의 별에서, 2005년)


<옮긴 이의 잡썰>
패륜. 세상은 아름답지만은 않고 인간의 본성은 착하기만 한 것도
아니죠. 뉴스를 보다 보면 이 별의 포유류 중에 인간처럼 극악무도한
종자도 있나 싶어 자괴감에 젖기도 하는데요. 천성이야 어쩔 수
없겠지만, 곳간에서 인심 난다고 극단의 궁핍은 심성을 더 황폐한
쪽으로 몬다고 봅니다.

'아버지는 늘 술에 취해 불쌍한 어머니를 패고 /우리나라 백일장' ,
띠동갑 개망나니 외삼촌의 광기와 가부장적인 동네 꼰대들의 만행을
유년기에 많이 봤습니다. 먹고살 만하다 해도 원판이 글러 먹으면
그도 어쩔 수 없습니다만 춘궁의 경우가 더 비참하리라 봅니다.

패륜, 시로 표현하고 싶지 않은 순간이겠으나 시인의 성격상
가만있지를 못하는군요. 가난은 높다라는 말, 눈물겹습니다. 용서할
수 없는 수모를 겪고도 망나니 아들의 출소를 위해 애쓰던 그의
어머니. 한 편의 시로 어버이날을 기리며 마음속 깊이 자리한
불유쾌한 기억들을 조금이나마 지워볼까 합니다.


지게 / 이상국

길은 멀다
지게여
들판에는 아직 익어야 할 벼가 있는데
떠나간 집 담벼락에 기대어
너는 몸을 꺾고 쉬는구나

우리들 따뜻했던 등이여

아버지여

(아직 집은 따뜻하다, 1998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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